10월 29일 야크카르카에서 휴식
네팔 안나푸르나 리조트 같은 롯지에서 늦장 부린 아침
역시 잘 먹고 잘 자고 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해요. 남들 다 서둘러 준비하고 아침 먹을 때 일어나, 아침으로 또 어제 먹은 에그 오믈렛을 시켜요. 그러고 보면 진짜 네팔 음식은 달밧이나 볶음밥 말고는 시도해 본 적이 없고, 메뉴에도 네팔 로컬 음식보다는 하이커들의 입맛에 맞춘 음식뿐이에요. 이왕 칼로리 많은 에그 오믈렛+감자튀김을 아침으로 먹으니 핫초코도 주문해요. 나를 위한 여유로운 아침과 완벽한 아침식사. 다른 그룹 포터나 가이드들은 정말 분주히 하네요. 내일이면 저도 다시 새벽 기상하겠죠. 아침 식사 후,롯지 밖에 위치한 수돗가에서 진짜 차가운 물에 양말을 빨고 있었는데 롯지 주인 동생 아저씨가 뜨거운 물을 공짜로 주셨어요. 진짜 너무 친절해요. 샤워를 이틀 연속으로 할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버켓 샤워를 하라고 뜨거운 물을 주셔서 제 방 영수증에 적어뒀더니 다시 지워주셨어요 공짜라고. 정말 어떻게 고마움을 전할지. 인터넷, 이메일도 없으시고. 이럴 땐 한국음식이나 한국식품, 고추장, 밑반찬 같은 것을 가져와 나눠먹었음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요.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매력
사람들이 선해요. 쿰부 3패스 3리 했을 때 보다 상업적인 면이 덜해요. 영수증에 금액을 잊어버리고 안 적는 일도 많아서 제가 도리어 상기시켜 줘요. 쿰부 3 패스 3리보다 안나푸르나 서킷에 마을들이 많아 사람 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요. 그래서 다시 가더라도 안나푸르나 베시사하르부터 걷고 싶어요.
네팔 안나푸르나 고소 적응일
오늘은 그냥 설렁설렁 야크카르카 마을을 걸어 다녀봐요. 마을이 큰 것도 아니고 그냥 윗마을 아랫마을 조금 걷다 한가로이 풀 뜯는 말들을 구경해요. 아래 사진처럼 말 입 쪽에 먹이 주머니를 달면 혼자 먹어요. 오늘은 걷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내일 저 윗마을을 지나 쏘롱패디로 가서 일박할 예정이에요. 하이캠프는 춥고 고도가 높아 혹시나 고소병이 올 위험이 있어 쏘롱패디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쏘롱라를 넘을 예정이에요.
네팔 트레킹 적기, 성수기 peak season 야크카르카
롯지 아저씨와 식구들은 이 롯지에 성수기 때 잠깐 와서 일을 하고 트레커가 없는 겨울에는 카트만두에서 지낸다고 해요. 아름다운 곳이고 음식도 맛있고 쏘롱라 패스를 넘기 위해 고소 적응일도 필요하니 많은 트레커들이 이 롯지를 거쳐갈 것 같아요. 야크카르카에서 롯지를 하시는 이 아저씨 네팔에서 부자일 것 같아요. ^^
네팔에서 중국음식
점심은 핫 앤 사우어 Hot and Sour수프를 시켰어요. 설마 진짜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그 맛을 날까 했는데 오!!!! 맛이 정말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시킨 것 같은 느낌. 중독성 있어요. 거기에 누들 면을 넣어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만들어 주셨어요. 대박. 롯지에 모든 하이커들이 떠나고 저 혼자였는데 이렇게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뚝딱 만들어 주시니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 이 롯지가 너무 좋았고, 혼자여서 좋았고, 혼자였지만 주인아저씨가 식구처럼 잘해 주셔서 내 집 같이 좋았어요.
술주정뱅이 아저씨, 네팔 사람들 은근히 낮술 좋아한다.
네팔 사람들 은근 술을 좋아하고 낮술 즐기는 알코올 중독자가 많아요. 햇빛 따사로운 오전, 롯지 야외 탁자에 어떤 네팔 남자분이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제 앞에서 고꾸라지듯이 옆으로 쓰러져요. 큰일 난 줄 알고 의사라도 불러야 하나 했더니 술 취해서 골아떨어진 거였어요. 황당.
숙소 내방 뒤에 야채밭, 사방이 유기농 야채 밭
특히 여기는 양배추를 많이 길러요. 양배추는 이렇게 추운 데서 자라는 야채인가 새삼 깨달았어요. 볶음밥 시키면 양배추 많이 넣어주는 이유가 있네요. 서리를 해서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좋겠지만 고추장도 없거니와 추워서 양배추 쌈 같은 음식은 생각도 안 나요.
네팔의 정겨운 부엌, 부엌이 제일 따뜻해
롯지에 햇빛이 들어와 따뜻했지만 롯지 부엌에 들어갔더니 더 따뜻해요. 역시 부엌 한가운데에 아궁이처럼 불이 지펴져 있었어요. 롯지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는데 먹는 음식이 메뉴에 있는 음식보다 더 맛있어 보여요. 네팔 가정식 같은 집밥인 것 같아요.
네팔 안나푸르나는 노포터 노가이드 싱글 트레커가 많다.
며칠 전 하이킹하다 만난 매튜가 저 멀리 걸어오고 있어요. 우리 롯지에 방이 없어 언덕 위 롯지에 방을 잡았는데 내일 쏘롱패디에 함께 걸어가기로 하고 다시 헤어졌어요. 그나저나 매튜가 묵은 롯지에 식당에서 어떤 여자 두 명이 뗌뚝을 먹고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요. 야크카르카는 모든 롯지들이 다 음식을 잘하나 봐요.
저녁 초대, 드디어 네팔 현지인 로컬 음식을 먹어본다.
롯지 아저씨가 자기 롯지에서 저녁을 먹어야 돈이 될 텐데도 저를 현지 로컬 레스토랑(?)에 초대해 주셔서 네팔 음식 Kepra Ken이란 것을 먹어 보았어요. Buckwheat 메밀가루를 반죽해 찐 것과 카레를 함께 먹는 음식. 야채 카레와 야크 카레 둘 중 야크 카레는 야크 특유의 냄새 때문에 못 먹을 것 같아 야채로 주문했어요. 제가 입이 짧은 것도 아니요, 까다롭지도 편식하는 것도 아닌데 야크, 양고기, 염소고기는 냄새가 너무 강해 못 먹어요.
아주머니께서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해 화로에 찌고 있어요. 국자로 휘휘 빨리 저어가며 강한 불에서 익혀요. 어제만 같았어도 게걸스럽게 몇 그릇은 먹었을 텐데, 오늘은 이미 롯지에서 아저씨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 주셔서 이 음식은 한 접시로 끝냈어요. 다른 때 같았으면 세 접시도 거뜬했을 것을. 아깝다. 보통 반죽을 손으로 떼어 수프에 찍어 먹거나 반죽에 카레를 부어서 손으로 먹는데 저는 손의 청결상태가 영....
트래커의 손은 항상 거칠다. 손톱의 청결상태
양치는 매일 했지만 세수는 띄엄띄엄. 세수, 샤워 잘 안 하고 1달러짜리 검은 목장갑을 하이킹할 때 (손 타지 말라고) 끼고 다녔더니 손톱이 때 낀 것처럼 되었고 손도 거칠어졌어요. 손톱 주면의 살이도 너무 거칠어져 립밤 떼어내 손끝에 발라보기도 해요.
네팔 안나푸르나의 차갑고 거친 바람으로 흐르는 콧물과 건조해진 코
안 그래도 찬 공기 알레르기가 있는데 고산의 공기가 차니 항상 콧물을 달고 다녔어요. 너무 코를 풀었더니 코가 다 헐었고 코 주변의 살도 다 텄어요. 그래서 립밤 떼어 코밑 살에도 발라 피부를 마르지 않게 했어요. 침낭만 좋은 것 가져왔어도 따뜻하게 자서 콧물이 안 났을 텐데! 산속의 밤은 상상 이상으로 추워요. 침낭은 사계절용 말고 꼭 겨울용으로 -10도 정도까지 커버하는 따뜻한 침낭으로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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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밤의 멀티 사용도
립밤이 없었다면 큰일 날뻔했어요. 쿰부 때는 이렇게 콧물이 많이 나지 않았는데. 역시 안나푸르나 서킷에서는 불충분한 하이킹 준비물로 인해 춥게 잤더니 콧물을 달고 살아요. 입술에도 바르고, 손끝에도 바르고, 코 밑에도 바르고 다용도로 사용했어요.
1불짜리 하이킹 목장갑
겨울 장갑 두꺼운 것도 가져갔지만 천원짜리 목장갑은 매일 사용했어요. 혹시 넘어지면 손을 보호도 되고, 햇볕에 손이 타는 것도 막아줘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플리스 모자가 히말라야의 바람을 막아 줄 수 있을까?
추위에 플리스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겨울 털모자를 쓰고, 경량 패딩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써도 머리가 시려서 플리스 재질의 모자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어요. 진짜 비니모자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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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바지가 조금 더 헐렁했더라면
왜 이렇게 다리가 부었는지 바지들이 다 꽉 껴요. 고도가 높아지니 몸이 부은 느낌이에요. 추워서 가져온 바지 모두 입으려고 했는데 그중에 가장 얇은 내복이라 할 수 있는 바지가 너무 꽉 껴서 그냥 롯지에 기부하고 왔어요. 트레킹 용품은 스몰 사이즈 말고 한 치수 크게 사야겠어요.
야크카르카에서의 마지막 서운한 밤
이렇게 아쉽게도 야크카르카에서의 밤이 깊어가네요. 롯지 아저씨가 잘 때 따뜻하게 자라고 물통에 뜨거운 물을 채워 주셨어요. 베시사하르부터 시작된 트레킹으로 인해 방전된 에너지가 이 아저씨의 보살핌으로 인해 다시 재충전된 느낌이에요.
여기 더 머물고 싶은 마음. 쏘롱라 패스를 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산병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쏘롱패디와 쏘롱라 두 고비를 남겨두고 안전한 야크카르카에서 되도록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가야 하잖아요. 아쉽지만 또 다른 만남이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으로 마음을 다잡아요. 마음 따뜻한 키다리 아저씨 같았던 롯지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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