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탈라-주빙-카리콜라-붑사
눈탈라 에베레스트 롯지에서 아침식사
아침은 세트 메뉴로 먹었다. 가격도 세트 메뉴가 저렴하고 종류도 티베트 빵, 해쉬브라운, 삶은 달걀 세 가지 정도 된다.
한 시간이면 꺼질 배지만 그래도 먹을 땐 든든하다.
간밤에 묵은 하이커들이 별로 없어서 인지 식사는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나왔다.
트레킹을 마치고 꼭 다시 돌아와 이 롯지의 티베트 빵을 먹고 하산하리라 다짐한다.
트레킹 하기에 좋은 최적의 날씨
7시에 하이킹을 시작하는데 정말 날씨가 좋다.
이런 날씨라면 하이킹을 잠시 미루고 따뜻한 햇볕 아래 앉아서 하루 종일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그렇다. 왜 그날 그곳에서 그 날씨를 좀 더 느긋이 여유를 가지고 즐기지 못했을까?
3 패스 3리를 마쳐야 했기에 시간에 쫓겨 순간순간을 더 즐기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 직진만 했다.
에베레스트 롯지의 한 수줍은 소녀와 사진을 찍고 길을 재촉한다.
기분도 좋고 배도 부르고 천국이 따로 없다. 처음부터 쭉 내려가는 다운 힐이다.
아침 일찍부터 당나귀들이 먼저 트레일을 차지했다. 너무 많은 당나귀들이 앞뒤로 보이니 무섭기도 하다.
언제 쏟아 낼지 모르는 배설물 때문에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해도 사방이 당나귀들로 가득 찼다.
길이 막혀 멈춰 있으면 조마조마하다. 코끝이 찡한 이 배설물 냄새. 익숙할 만도 한데 아직이다.
남체 갈 때 까지는 이렇게 당나귀들과 함께 하는 여정일 것 같다.
사람은 안 보이고 죄다 나귀들 뿐이다. 한도 끝도 없이 숲길을 내려간다.
네팔 트레킹을 하는 이유와 네팔 트레킹이 다른 나라 트레일과 다른 점
숲길을 지나면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갑자기 들리는 매미 소리가 산 근처에 살았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내 어린 시절 기억은 아카시아 나무 냄새, 청개구리, 개울에 올챙이, 키우던 병아리, 고무줄놀이, 무서리.
그래서 네팔에 두 번째 오는 것 같다.
네팔의 풍경과 삶의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기억을 해 내려고 하면 안 돼 던 추억이 네팔에만 오면 자연스럽게 올라온다.
하이킹 부츠가 말썽
새로 산 부츠가 발목 복숭아 뼈 뒤쪽을 누르는 듯한 느낌이다.
아~ 이래서 신던 신발을 신고 오거나 편한 신발을 신어야 했다.
그래도 히말라야 쿰부라 발목까지 오는 하이킹 부츠를 신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장만했는데 더 많이 신고 닳게 해서 와야 했나 보다.
부츠 밑창에 양말을 깔아 발꿈치의 위치를 높이니 괜찮아진다.
트레킹 시작도 전에 이러면 안되는데 걱정이다.
하이킹 중 계속 만나게 되는 이 미국 남자
지리부터 걸어왔다는 이 남자. 어제 에베레스트 롯지에 함께 묵었는데 냄새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날씨가 더워 땀도 많이 흘렸을 텐데 지리부터 지금까지 샤워를 안 했단다.
본인을 위해서는 고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샤워를 했으면 좋겠건만 왜 안 하는 거지?
머리가 지끈할 정도로 냄새가 고약하다. 상한 스파게티 냄새가 난다.
꽃다발 선물을 받다
12시가 되니 이미 지쳤다. 날씨는 좋은데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너무 덥다. 등과 배낭 사이가 땀으로 젖는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가는데 소녀들이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행사나 종교의식에 많이 쓰이는 이 주황색 꽃다발을 나에게 선물로 준다.
너무 고마워서 받아 나오긴 했는데 오 마이 갓, 고맙긴 한데 무거운데 이걸 어쩌지?
신성한 꽃이니 버릴 수는 없었다.
계속 목에 걸고 내려오다 다운힐이 끝나는 지점에 큰 마구간과 롯지가 나오자마자 그곳에 사는 롯지 아저씨와 꼬마 아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꼬마 아들은 쑥스럽다는 듯이 꽃다발을 받아 든다.
이 롯지는 정말 허름하게 생겼는데 나중에 3패스3리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인생에 길이 남을 돼지고기 달밧을 먹게 된다.!!
점심은 롯지 같이 생기지 않은 곳에서 먹음
롯지는 아니지만 집을 짓는 나무 건축 자재물들이 있는 어떤 곳에 청량음료를 팔고 있어 들어갔는데 음료수 하나를 사니 메뉴판을 보여준다. 야채 오믈렛을 시켰는데 엄청 맛있다. 간식을 들고 다니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간단하게 시켜 먹고 하이킹을 하는 것도 좋았다.
내가 좋아했던 마을 중에 하나, 주빙 마을. 아기자기 볼 것이 많다.
주빙에서 카리콜라 계속되는 업힐
이제 힘든 오르막 길이 계속된다. 주빙에서 카리콜라까지는 경사가 심한 업 힐이다.
힘든 오르막 길이지만 트레킹 하면서 보는 풍경은 정말 멋지다.
초록빛 산과 맑은 공기 또한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밤은 추워도 낮은 너무 덥기 때문에 소매 없는 요가 탑을 입고 하이킹을 한다.
혹시나 너무 살이 탈까 얇은 스카프도 하나 두른다.
카리콜라 마을
제법 큰 마을이고 3패스 마치고 내려올 때는 이 마을에 묵었다.
롯지도 좋았고 특히 방 안에서 내다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산에서 부는 바람소리와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 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카리콜라에는 롯지가 20개 정도 있으니 맘에 드는 것으로 하나 고르면 되겠다.
이상하게 같은 마을인데도 3패스 시작 전 올라가면서 봤던 모습과 3패스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보는 모습이 다르다.
카리콜라 마을뿐 아니라 모든 마을이 다 그렇다. 앞만 보고 걷다 다시 되돌아오니 그런가?
붑사, 에베레스트 롯지
붑사에 도착하기 30분 정도 전의 어떤 가게 지붕에서 고양이를 봤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에 정신이 팔렸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어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항상 그렇듯, 마을에 거의 다 다다를 때 즈음, 또 한 번의 경사길이 있어 힘을 쪽 빼놓는다.
또 에베레스트 롯지를 고르려 한 것은 아닌데, 더 이상 높이 올라가 롯지를 찾을 힘도 없고 이 롯지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길래 좋은 롯지인가 하고 들어갔다.
주인장께서 저녁에 내가 한국인인 줄 알고 아짤(네팔 김치)를 내주셨는데 정말 매워서 잘 못 먹었다.
그래도 달밧이랑 먹으니 먹을 만은 했다.
에베레스트 롯지
샤워: 유로, 붐빌 수 있으니 빨리 도착해서 하면 좋겠지만 내 발걸음은 항상 느리다.
인터넷: 유료, 그런데 커넥션이 별로다. 결론은 인터넷 없는 걸로.
충전: 유로였던 것 같다. 한 번만 돈을 내면 카메라, 핸드폰 다 충전해도 되고 다음날 아침까지 해도 된다.
방: 나무로 된 롯지이기 때문에 옆 방 소음이 다 들린다. 그래도 아주 따뜻하게 잘 잤다.
빨래: 큰 수돗가가 롯지 앞에 있어 빨래하기 좋다.
트레킹 후 샤워와 빨래
도착하고 샤워를 하자마자 해가 진다. 내 방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샤워는 해가 지기 전에만 가능. 해가지면 정말 춥다.
이곳에서 핫 샤워도 하고 양말도 몇 개 빨아본다. 롯지 앞에 빨래를 걸 수 있는 빨래 줄도 있었다.
하이킹을 늦게 마친 상태라 내일 아침까지 빨래가 안 마르면 배낭 겉에 걸어 말리며 가야 한다.
3패스 3리 경로에 대한 고민
뉴질랜드에서 온 그룹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3패스를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까 아니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돌까 상의를 했다.
오늘 처음으로 나처럼 혼자 트레킹하는 싱글 여자 하이커를 보았다. 동-서, 서-동 상관없다.
노포터 노가이드로 하는 트레킹이니 무조건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
올라가면서 더 고민을 해 봐야겠다.
마을 |
높이 |
예상 트레킹 시간 |
Comment |
Nunthala | 2330 | 2시간 30분 | |
Jubing | 1680 | ||
Kharikhola | 2040 | 2시간 10분 | Solukhumbu 게스트 하우스 외 20개 정도 롯지 |
Bupsa | 2360 | 1시간 20분 | 에베레스트 G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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