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종라-촐라 패스-당락 여정
창고의 아침, 종라 롯지
의외로 너무 따뜻한 밤을 보냈다.
역시 옆에 두 명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 자서 그런가?
야크 배설물이 옆에 쌓여있어도 침대 매트리스가 오래되고 움푹 파였어도 잠을 너무 잘 잤다.
삼부자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지만 화장실 가나보다 해서 계속 잤더니 그게 그들의 아침 기상 소리였다.
롯지 식당에 갔더니 벌써 아침식사를 먹고 있다.
왜 안 깨웠냐고 한소리 했다.
나 때문에 촐라패스 넘는 트레킹을 늦게 시작할 판이다.
떠나기 전 창고를 비디오로 찍고 사진으로도 찍었다.
처참한 창고의 모습.
아침에 보니 정말 심한 곳에서 우리가 잤구나 생각했다.
뭐 잘 잤으면 그만.
고양이 세수? 노, 양치 예스, 출발완료
오트밀을 시켰다.
그런데 한 대접으로 나왔다.
시간도 없는데 오트밀도 대접이고 뜨거운 생강차도 식도가 탈 정도로 뜨겁다.
오늘 하이킹을 위해 물도 2리터 준비.
한 병은 수면양말에 넣어 보온 물병처럼 뜨거움이 오래가길 기도해 본다.
수면 양말 하니 생각나는데 내가 카트만두에서 산 수면바지 아주 잘 입고 있다.
앞뒤 모양이 똑같아 입으면 왠지 불편하지만 말이다.
누구 보여 줄 사람도 없고
뜨거운 물이 비싸기도 하고,
그렇다고 대한민국 여성들 이런 하이킹 할 때 가져오는 물티슈를 가져오자니 너무 무겁고.
그래서 세수를 하지 않는다.
남체 마을에서 얼굴에 팩을 붙이고 롯지 다이닝 룸에 있었던 홍콩 여성들이 생각난다. 차가운 팩을 붙이고 있으면 얼굴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추울 텐데 대단하다.
아침에 눈곱을 빼는 것이 세수의 전부일뿐.
촐라패스, 하이킹 출발시간이 너무 늦다
7:10분에 출발.
어제저녁 같이 출발하자던 사람들이 모두 출발을 했는지 안 보이고,
에리카와 스티브만 옆 롯지에서 우리 롯지로 와 함께 출발.
잭은 정말 착한 아이 같다.
그래도 사람들이 올까 자꾸 뒤를 돌아봐 준다.
나는 쿰부에서 깜깜 할 때 하이킹을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해 다 뜨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꿈을 꾸다.
자꾸 달달한 것이 먹고 싶어 수박 꿈을 꾼다.
엘리베이터 꿈도 꾸고.
꿈보다 해몽인가?
촐라패스를 엘리베이터 타고 넘을 것도 아니고 생뚱맞은 꿈.
내가 팡보체가면서 잃어버렸던 아끼던 베트남에서 샀던 스카프를 서랍장에서 다시 찾는 꿈을 꾼다.
한국 반찬 꿈,
한정식 상을 받는 꿈.
슬슬 네팔 음식이 지겨워지니까 별 꿈을 다 꾼다.
추위는 핫팩 때문에 문제가 아닌데 음식이 질려서 문제네.
다채로운 촐라 패스
숙소를 떠나 쭉 평지 같은 평원을 걷는다.
앞에 네덜란드에서 온 커플과 오빠가 보인다.
커플 중 남자는 인스타그램에 여행사진을 올려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이었다.
어쩐지, 드론, 좋은 카메라 장비를 갖고 있고 사진 하나 찍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곧이어 올라가는 오름길이 나온다.
돌산이다.
눈이 간간히 있고 고드름도 보인다.
돌산의 바위가 너무 커 다리 짧고 키 작은 나는 팔꿈치로 받치고 기어 올라간다.
백팩도 무겁고 게다가 기어 올라가고 있으니 네덜란드 멀대 같이 큰 세명이 위에서 나를 보고 힘내라 웃어준다.
어쩜 그렇게 모델같이 잘생기고 예쁘게 들 생겼는데 키까지 큰지.
돌산 오르기 딱 좋은 체격.
숨쉬기도 힘들고 숨이 턱턱 막히고.
조금 가다가 우리 모두 함께 휴식시간을 갖는다.
아 힘들어.
사진과 영상을 찍으면서 가니 더 힘들다.
쿰부 3패스 부터 찍기 시작한 영상
이전 여행에서는 영상을 찍기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진도 똑딱이로 찍었지 미러리스 살 생각도 안 하다가 안나푸르나에 갔다 와서 깨달은 바가 있어 거금 주고 구입을 한 것이다.
이런 아름다움은 똑딱이로 담을 수 없다 판단했고
사진으로도 이 극기 훈련과도 같은 힘든 트레킹의 감정이 표현되지 않을 것 같아 영상으로 남긴 것이다.
쿰부는 그렇게 거대하고 웅장하고 장엄하다고 해야 하나?
정말 내가 그곳에서 3패스를 했다는 것이 꿈만 같다.
돌아와 영상을 다시 보니 내가 왜 이전 여행에서는 영상을 찍지 않았을까 후회된다.
포터들의 무거운 배낭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터와 함께 트레킹을 한다.
나한테 무거운 배낭은 그들한테도 무겁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돈을 주고 고용했다는 이유로 그들의 가방 무게를 최대로 하려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안나푸르나에서 본 홍콩 아저씨 두 분, 블루베리 잼을 가져오셨는데 큰 병째로 가져왔다.
조금만 신경 써서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담아왔다면 무거운 병 무게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또 시르카르카에서 본 대만 트레커,
틸리초 베이스 캠프-틸리초 호수-다시 시르카르카로 돌아오는 경우
1박만 하기 때문에 필요 없는 짐을 시르카르카에 두고 가도 되련만
그 무거운 배낭을 포터가 다 들고 왔다 갔다 하게 한다.
포터를 대하는 태도도 굉장히 bossy 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산에서 눈밭, 촐라 방하
바위가 너무 커서 무릎을 집고도 올라갈 수 없다.
키 작은 나와 스픈은 결국 잭이 손을 뻗어 올려 주었다.
나랑 스픈 키가 거기서 거기다.
스픈은 도움을 받은 것이 멋쩍었는지 멍키 클라이밍이라고 쑥스러워한다.
돌산의 경사도 경사지만 고도가 높다 보니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고 숨도 헉헉된다.
그와 중 별의별 잡동사니를 다 들고 올라가는 포터 아저씨들.
아주 어린 소년 포터부터 나이 드신 포터 분들까지 있다.
잭은 우리보다 한 바위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 항상 우리를 내려다본다.
괴물이다. 체력이 장난 아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눈이 많이 쌓였다.
저~ 아래 눈밭을 보니 점.점.점. 작게 사람들이 보인다.
눈 쌓인 산허리 좁은 가장자리를 돌아 이제 눈이 덮인 평원 같은 촐라 빙하가 나온다.
눈 아래가 촐라 빙하. 눈이 정말 많이 쌓여있어 빙하가 아닌 그냥 눈이 쌓인 평지로 보였다.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는 촐라패스 빙하와 크레바스 사진이 있는데
나는 크레바스는커녕 그 빙하를 못 보고 걸었구나.
보고 걸었으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눈밭평원, 촐라 빙하
삼부자가 나를 앞세운다.
내가 자꾸 뒤처지기 때문.
내 속도에 맞추려 내가 앞장서고 그들이 뒤를 따른다.
내가 부담스럽다고 앞에 가지 않으려 하자 한사코 나를 앞세운다.
"after you, you can do it, we don't have to rush" 하면서 응원해 준다.
눈물이 나오는 걸 참느라 혼났다.
왜 눈물이 났냐면 나 때문에 뒤쳐지는 게 미안했고 고마웠기도 해서 눈물이 났다.
그러면 하이킹 예상 시간을 한참 초과할 텐데.
무릎 위까지 눈이 올라오는 구역을 지나, 눈밭 평지에 이르면 이 평지, 촐라 빙하는 이제 촐라 패스 꼭대기까지 가기 위한 마지막 언덕 아래서 끝난다.
그곳이 촐라패스다. 경사가 심하다.
보기에는 가까워 보이나 꼭대기의 사람들의 크기를 보니 이 마지막 돌산의 크기가 짐작이 된다.
한 30분 정도는 더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숨쉬기 힘들다.
올라가면서 찍은 영상이 없다.
다 올라갔을 때야 숨을 고르고 영상을 찍었다.
촐라패스 위에 까마귀
그래서 사람들은 새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
촐라 꼭대기 깃발 위에 까마귀가 앉아 이 풍경을 즐기고 있다.
아주 여유롭게.
촐라패스 단체사진
삼부자, 스픈, 나,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게 이들과의 마지막 패스.
나만 3패스를 하고 삼부자는 내일 고쿄에서 남체로 바로 내려간다.
까마득한 올라왔던 길 내려다 보기
눈으로 덮인 이 평원 같은 산과 산 사이 골짜기,
아직도 저 아래 하이커들이 눈길을 걷고 있고 그 모습이 개미만큼 작다.
눈으로 덮여 있던 이 빙하 아래 커
다란 크래버스와 낙석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때는 몰랐다.
다시 한번 삼부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이들이 없었으면 콩마라, 촐라 모두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촐라패스 반대편, 완전 내리막길 눈 덮인 돌산
어떻게 올라온 길인데.
아쉽다.
올라가면 내려가는 법.
내려가는 거 아까워서 어찌 내려가나.
이즈음 너무 배고프고 지친다.
내려가는 길, 잭과 딜런 쏜살같이 내려가는 바람에 끝가지 내려가서야 우리를 기다리는 형제를 다시 봤다.
얼마나 빠르던지.
아빠는 내 속도에 맞춰주느라 내 뒤에서 스픈과 함께 내려온다.
이 순간 쿰부 3패스, 동-서, 선택한 것을 다행이라 생각
촐라패스에서 당락 그 어마어마한 내리막길을 서-동으로 도는 사람들은 올라와야 한다.
촐라패스 하산길에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그룹을 만난다.
생각만 해도 아찔.
모르겠다.
어느 방향에서 시작하고 끝내건 힘든 건 마찬가지.
하이킹할 때 숨찬 내 숨소리가 너무 크게 들린다.
아이젠 (Crampon) 이나 하이킹 스틱
원래 하이킹 스틱 없이 트레킹을 한다.
올라가는데 강하고 내려오는데 약한 나.
촐라 내리막길 완전 모양 빠지게 내려온다.
아이젠이나 하이킹 스틱이 있었으면 하던 순간이 바로 촐라패스 하산길.
경사도 심하고 눈길도 미끄럽고 해서 엉덩이 미끄럼 타듯 내려왔다.
여분의 신발끈이 있었다면 신발에 묶어 아이젠처럼 사용했을 것이지만 이런 눈밭에는 소용도 없었겠다.
아직도 기억나는 촐라, 아직도 기억에 없는 콩마라
영상을 보면 촐라는 아직까지 생생히 다 기억이 난다.
중간중간 없는 기억도 있지만.
그러나 콩마라는 정말 까마득 생각 안남.
첫 패스라 정말 힘들었나 보다.
완전 젖은 장갑
두 손으로 눈밭을 짚고 내려오는 도중 얼굴, 머리에 손을 댔더니 눈이 묻었나 보다.
다 내려가 두 형제와 다시 만났는데 잭이 나보고 눈밭에서 굴렀냐고 묻는다.
아 내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굴렀으면 저위에서 아래까지 진짜 굴러 떨어졌겠지.
장갑은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젖었다.
스픈의 다이제스티브
스픈 정말 좋은 아이.
이 험난한 하이킹에서 자신이 짊어지고 온 간식을 쉐어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패스하기 전에 왜 롯지에서 점심을 2인분을 주문할 생각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
콩마라 패스에서도 그랬듯 촐라패스에서도 굶주린 배가 체력을 저하시켰다.
70대 핀란드 할아버지, 콩마라 패스 넘을 때 나에게 스니커즈 초콜릿 바를 주셨고
나는 그것을 삼부자와 나눠먹었다.
물도 삼부자와 나눠먹었다.
콩마라도 여러모로 물도 음식도 간식도 모자랐던 패스.
삼부자, 나 모두 좀 더 음식과 물을 가지고 콩마라 패스와 촐라 패스를 넘었어야 했다.
당락까지 미친 듯 내려감
촐라패스를 넘었으니 삼부자에게 내속도에 맞추지 말고 빨리 당락으로 가라 했다.
나도 곧 따라간다고.
내가 에리카와 스티브와 함께 걷는 것을 보고 삼부자는 빠른 걸음으로 당락에 가서 나를 기다린다.
촐라 패스를 하산해서 다시 당락까지 가는 내리막 길이 끝이 없다.
내 가방이 삼부자의 가방보다 두배 정도는 더 무거울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가방은 나보다 무게가 덜하고 그들은 나보다 훨씬 강하고 빠르다.
원래 계획으로는 당락에 도착해 그들과 고쿄를 함께 가는 것이었는데
내가 당락에 도착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착했을 때 어느 롯지 밖에 있는 삼부자의 가방을 발견했다.
내가 그들을 찾을 수 있도록 표시하고자 일부러 배낭을 롯지 밖에 놓아둔 것이다.
그 롯지로 들어가니 삼부자는 벌써 점심을 시켜 식사를 하려던 참이었다.
어색하고 슬픈 헤어짐
삼부자와 하루 일찍 얼떨결에 이별을 하다.
이제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잭과 아빠는 당락에서 하루 묵는 것이 상관이 없었지만 딜런은 하루빨리 이 하이킹을 마치고 남체로 내려가고 싶어 했다.
왜냐면 딜런은 팡보체에서 부터 고소 증상으로 두통이 심했고
추쿵에서부터는 가슴통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남체에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삼부자는 비행기 시간에 맞춰야 하므로 나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 당락에서 다시 2:30분을 더 걸어 빙하를 통과해 고쿄 마을까지 가는 트레일을 난 갈 수 없었다.
그러기엔 지금 시간은 3시이고 나는 춥고 너무 지쳐 있었다.
삼부자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하루 더 자고 내일 같이 가길 바랬다.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결국 딜런을 위해 당일 고쿄로 들어가기로 결정한 삼부자.
갑작스러운 이별.
삼부자도 이제껏 내가 촐라에서 내려오길 기다렸는데 내려와서 내가 같이 고쿄 마을을 안 가니 서운해하는 눈치다.
화가 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빨리 산행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딜런 때문에 나 좋자고 그 세 사람을 붙잡지 못했다.
웬만하면 가겠지만 난 정말 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삼부자와 스픈을 보냈다.
당락의 롯지
정말 춥다.
물통의 물까지 얼 정도로 춥다.
10일 정도 함께 트레킹 했던 삼부자가 가고 나니 너무 슬프다.
다행히 네덜란드 세 친구들과, 에리카, 스티브와 함께다.
이 친구들 모두 내일모레 남체로 내려간다.
내일 나와 고쿄 마을에 들어가고, 다음날 아침 고쿄리에 올랐다가 점심 이후 모두 남체로 빠진다.
삼부자는 오늘 고쿄에 가서 하루 자고 낼 아침 고쿄리에 오른 후 바로 남체로 내려간다. 고쿄 마을에서 작별을 하려 했는데...
체력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
그나저나 저녁에 먹은 감자튀김 너무 맛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빈자리가 크다.
그립다 삼부자. 잘 도착했는지 걱정된다.
마을 | 높이 | 하이킹 예상시간 | comments |
Jong La | 4830 | 4시간 | 빙하, 낙석구간, 아이젠, 점심 준비, 7 am전 출발,바람 때문에 촐라 10시 전후 통과 해야 함 |
Cho La | 5330 | 에리카, 스티브가 있는 롯지에 방이 없어, 네델란드 세 친구와 같은 숙소에 묵음. 다음 날 다 같이 만나 고쿄마을로 들어감. | |
Dangnag | 700 | 2: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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