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로부체-고락셉-EBC-고락셉
로부체 일몰, 별
이것을 본다는 것은 손발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를 견디며 침낭 밖으로 나간다는 뜻인데 어~림없다.
못 봐도 괜찮으니 잠을 조금 더 자고 다음날의 컨디션을 조정하려 한다.
창밖으로 새벽 별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창문에 성에가 끼어 보이지 않는다.
성에를 벗겨내고 보기에는 나의 지친 몸이 별과 일몰을 볼 낭만과 의지를 꺾어버린다.
밴쿠버 여름의 아름다운 해돋이와 석양도 보지 않으면서 겨울 네팔에 와서 일출, 일몰을 볼 의지는 더더욱 없다.
로부체의 신라면?
신라면 있다 들었는데 내가 있던 롯지는 없었다.
이즈음에서 몸보신으로 먹으면 좋으련만.
괜히 초반 수르케에서 팸버에게 나눠줬던 깻잎 장아찌가 아쉬워진다.
로부체 아침
간밤 잠을 못 잤다.
너무 피곤해서일지도 모르고 로부체가 4910미터라는 생각에 무슨 증상만 있으면 고산병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약간 멀미할 것 같은 느낌.
밤에만 나타나는 증상.
그러나 아주 경미하므로 무시한다.
약간의 두통. 이것도 아주 경미하다.
삼부자는 침낭 없이도 셋이 꼭 붙어 잘 잤으려나?
특별히 크게 고산병 증상 없이 이곳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하고 살레리에서 부터 걸은 것이 정말 잘한 일 같다.
포테이토 아침식사 아주 질린다.
삼부자가 감자볶음 맛있다고 하길래 시켰더니 정말 맛있기는 하다.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많은데 네팔롯지 메뉴에는 메뉴가 한정돼 있다.
소금을 왕창 뿌리고 케첩도 뿌려본다.
네팔식 케첩이지만 그래도 간을 하니 훨씬 괜찮다.
뭔가 2% 간이 부족한 네팔 음식.
음식계의 이온음료 같다.
백팩 다시 싸기
로부체에 놓고 갈 짐을 따로 떼어 놓는다.
어차피 EBC와 칼라파타르 다녀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종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무거운 배낭.
44리터 10킬로 시작이었는 데 있는 옷 다 껴입고 가지고 온 음식 다 먹었으니 지금은 몇 킬로 인지 궁금하다.
3부자는 안 그래도 가벼운 배낭 완전 더 가벼워졌다.
빨리 걷는 모습이 꼭 외계인 같다.
카메라 스마트 폰 충전 가득
고락셉에 가기 전에 할 수 있는 한 모든 기계에 충전을 다 해 놓는다.
간식과 휴지도 이곳에서 샀다.
아무래도 고락셉은 더 비싸지기 때문이다.
확실히 안나푸르나 라운딩과 쿰부 히말라야 3패스 3리를 비교하면 3패스가 확실히 비싸다.
올라가면 식빵 두 조각에 잼이 300루피 정도이니 말이다.
포카라 현지인들이 가는 슈퍼마켓에서 1리터짜리 미네랄워터가 한 병에 15루피였는데.
그래도 이렇게 높은 곳까지 음식과 물품을 짊어지고 올라오는 포터들의 수고를 생각하면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다.
고락셉까지 가는 길
야크들과 함께하는 고락셉 가는 길.
언제나 그렇지만 설산과 가을 색감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이다.
고락셉까지 2시간 정도의 하이킹.
점심을 먹고 EBC까지 다녀와야 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삼부자를 따라간다.
이렇게 발품 팔아 고생을 해야만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구나.
항상 감사한 체력
밴쿠버에서 요가를 7, 8년 하다가 피트니스를 한 1년 조금 안 되게 하고 쿰부 트레킹을 하였다.
피트니스 클래스에서 유산소 운동에 집중을 해 엄청 저질 체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다행히 3패스 3리 전에 요가만으로는 부족했던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무리 없이 무사히 트레킹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고산병 대비, 천천히 걷고, 잘 먹고, 잘 자고, 뜨거운 물 마시고, 숙소 도착하자마자 핫팩 몸에 붙여 체온을 올리고, 핫티, 핫 워터만 마셨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삼부자와 항상 재밌게 수다 떨고, 카드놀이하고 웃고 했던 것이 고산병에 대한 부담이나 걱정을 잊게 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고락셉 롯지 그리고 점심
생각 안 난다.
영상을 보니 도착해서 첫 번째 롯지가 아닌가 싶다.
진짜 춥다.
삼부자 첨으로 춥다 했다.
우리 방은 이층. 삼부자 방과 딱 마주 보고 있다.
뭘 먹어야 할지 몰라 간단히 먹고 EBC 가려고 네팔 국민 라면 라라 누들을 시킨다.
삼부자와 점심 같이 먹고, 나는 준비 마치고 그들은 화장실 간다기에 알았다 하고 나는 홀로 EBC로 떠남.
삼부자 열받음
나는 EBC가 잠깐의 Day 하이킹인 줄 알았다.
또 그게 맞는 말이다.
딩보체 도착해서 삼부자 쉴 때 낭카르창에 나 혼자 올라갔다가 내려왔듯이,
추쿵에 도착해서 추쿵리에 잠시 나 혼자 올라갔다 내려와 다음날도 함께 올라갔다가 속도가 안 맞아 따로 올라갔듯이,
내 딴에는 삼부자에게 아빠와 아들들끼리의 시간을 준다고 혼자 EBC를 떠난 것인데,
게다가 EBC까지는 1시간 3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
내가 EBC로 뜬 사이 삼부자가 날 30분 정도 찾았단다.
인도 그룹 친구들에게서 내가 이미 출발했다는 말을 듣고 삼부자가 뒤따라 왔다.
발걸음이 빠른 삼부자 금방 중간쯤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why did you leave us?" 하고 열 받아 있다.
진짜 미안하기도 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난 그들만의 시간을 주고 싶었던 것뿐인데 괜히 내가 24시간 매일매일 같이 있어서 혹시나 가족 간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랬는데 정말 미안했다.
Everest Base Camp
미안하다 사랑한다 삼부자!
먼저 떠난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반성하며 함께 EBC오른다.
EBC에 도착했는데 정확히는 저 아래 빙하가 있는 쪽이라며 30분 더 아래로 내려 가쟎다.
아 힘들어.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는 정말 환상적. 경치도 환상적.
갑자기 두 아들들이 옷을 벗기 시작.
여기가 무슨 해변 인양 해변 복장과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인생 샷.
대박. 햇빛만 보면 정말 따뜻할 것 같은 사진.
하지만 바람이 굉장히 차고 춥다.
어떻게 침낭도 없이 매일 잠을 잘 수가 있으면 어떻게 EBC에서 저런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다.
내가 이들과 트레킹 하는 게 힘들 수밖에 없다.
나도 괴 체력을 가졌다 생각했지만 이들은 완전 넘사벽.
이들과 보조를 맞추려니 당연히 힘들지.
그래도 자기들보다 천천히 걷는 나를 항상 기다려 준다.
고락셉 저녁 스파게티
열받아!!
음식 맛없는 거 참을 수 없다.
삼부자가 항상 피자, 스파게티를 주문하길래 나도 한번 시켜봤다.
그런데 삼부자 청개구리 처럼 이곳에서는 다른 것을 시켰다.
나만 스파게티 시켰는데 인생 대박 맛없다.
내가 남긴 음식을 딜런과 잭이 먹어보고 포크를 내려놓는다.
항상 배고플 이들이 포크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이란 말.
내일 아침에는 비장의 음식, 인스턴트 수프를 먹어야겠다.
5140미터에서 이렇게 즐거울 수가.
다른 테이블에 Janison커플까지 합세해 카드놀이를 하며 깔깔거린다.
다른 테이블에 어떤 사람이 생일 인가 보다.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부른다.
케이크 안 나눠 먹나요?
이런 롯지들이 있다. 포근한 느낌. 집 같이 느껴지는 롯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
딩보체 롯지, 추쿵의 에코롯지, 고락셉 마을 첫 번째 롯지. 그립다.
삼부자랑 헤어지면 이제 정말 슬플 것 같은데?
Forrest Gump
내 영어 이름 제니.
삼부자 매일 젠니 하고 놀린다.
내 한국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기특하다.
친구들의 고산병 증세
딜런 저녁만 되면 두통을 호소한다.
하이킹 중에 만났던 일본 친구 TAKA 고산 증세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다시 만나다니.
이후 심해진 증세로 하산하였다고 들었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다.
핫팩 만만세
여전히 핫팩의 위력은 대단하다.
짊어지고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28개 정도를 가져왔으니 꼬박 23일 걷고 있는 나에게 내 가방의 3분의 1은 차지하는 핫팩은 애물단지임에 틀림없다.
미워할 수도 없고 예뻐만 할 수도 없는 핫팩.
하지만 그 고마움을 매일 실감하는 나로서는 핫팩 만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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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날이 많아진다.
고산으로 올라오니 꿈을 꾼다.
먹고 싶은 음식에 대한 꿈도 꾼다.
수박이 먹고 싶다.
카트만두로 돌아가 한국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만난 어떤 한국분은 돌아가신 아버지 꿈을 꾸기 위해서 하이킹을 한다고 말했다.
고산에 올라오면 꿈꾸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내일 아침 일어나면 내 방문을 두드려 깨워 달라고 삼부자에게 말해 놓았다.
우리가 칼라파타르를 올라갈 수 있을까?
그 새벽에? 두고 보자.
그나저나 저 세명 어떻게 고라셉에서 침낭이 없이 잘 수 있냐고!!!
마을 | 높이 | 하이킹 예상 시간 | COMMENTS |
Lobuche | 4910 | 2시간 | 고락셉 롯지 사람많고 비싸, 로부체 묵으며 EBC Kala Patthar다녀오는 사람도 있다. |
Gorakshep | 5140 | EBC이후 당일 KALA PATTHAR가면 선셋 뷰 볼수 있다는데 체력이 되야하는데 나는 살레리부터 걸어와 이틀 쉬고 강행군. 체력방전이다. | |
EBC | 5364 | 1:30 | 누군가가 고락셉 스노우랜드 롯지 후라이드 모모 맛있다 했다. |
Gorakshep | 5140 |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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