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 추쿵리
추쿵의 아침과 갑작스러운 계획 변경
아침 5시 기상.
원래 계획대로라면 5시 15분 아침을 먹고 6시 이전에 콩마라로 출발을 했어야 한다.
일어나 다이닝룸에 모인 우리는 딜런의 두통이 심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몸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콩마라를 넘기 전이라 더 긴장했나 보다.
나도 삼부자 없이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추쿵에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삼부자는 아침을 먹고 다시 쉬러 방에 들어간다.
밤마다 춥지 않을까?
어떻게 저렇게 자고 트레킹을 하는지 모르겠다.
추쿵에서의 신라면과 달걀 후라이
삼부자가 다시 취침에 들어갔지만 나는 너무 배가 고팠다.
추쿵 롯지에서 밥 먹기 싫었다.
불친절해도 음식이 맛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대신 어제 샤워를 했던 선라이즈 에코 롯지에 가서 신라면을 시켰다.
계란 하나를 풀어달라 했다.
그런데 계란을 후라이해서 얹어주었다.
불평 없다.
뱃속으로 들어가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을.
이렇게 먹고 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몸이 좀 살 것 같다.
평소에 라면 잘 먹지도 않는데..
MSG가 좀 들어가 줘야 고산에서 두뇌가 움직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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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쿵 숙소 옮기기
삼부자가 쉬고 나서 다시 만나자 하는 시간에 나타났다.
아침을 만족스럽게 마친 내가 sunrise eco lodge 얘기를 했고 우리 모두 그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그곳의 숙소는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아니어서 우리는 배낭만 옮기고 추쿵리로 올라간다.
고산에 조금 더 적응하기 위해서다.
3패스 3리 중 첫 번째, 추쿵리
신라면도 먹고 숙소도 더 나은 곳으로 옮기고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아침.
물과 간식을 가지고 어제 끝까지 못 갔던 추쿵리로 떠난다.
데이 하이킹이니만큼 삼부자에게 나를 기다리지 말고 빨리 올라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진짜 쭉 가버린다.
아! 그동안 나를 배려해서 천천히 올라간 것이었구나.
아침 야크들이 한가로이 임자콜라 계곡 옆에서 쉬고 있다.
빙하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엄청 차갑다.
추쿵 마을이 어느 금세 작아지고 있다.
이렇게 평화로워 보이는 이 평지 같은 곳이 4700미터 이상이다 보니 걷자마자 숨이 차다.
추쿵리 가는 길, 보기에는 그리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웬걸.
3패스 3리 중에 첫 리 여서 일까?
너~무 힘들다.
신라면을 먹지 않았다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몸보신 음식이라고 고기를 먹은 것도 아닌데. 나참.
추쿵리, 손에 닿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풍경
언덕 위로 뻗어 있는 트레일을 따라 끝없이 올라가면 또 하나의 언덕 넘어 다시 평지 같은 곳이 나타난다.
그때부터 또다시 가파른 오르막 길이 계속된다.
이때가 정말 고비였던 것 같다.
삼부자가 계속 뒤를 돌아보지만 나는 한참 떨어져 있다.
쉬워 보이는 이 길. 정말 힘들다.
내가 삼부자보다 걸음걸이가 느린 또 하나의 이유는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이다.
오늘 같은 데이 하이킹에는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어 걷는 속도가 더 느렸던 것 같다.
정상 능선에 거의 다 다다르면 잡석이 많은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 길이 나온다.
어찌나 힘들던지 정상에 오르기 전 마지막 부분에서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아직 멀었냐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힘내라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다.
삼부자는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내 성격에 진짜 추쿵리 정상을 포기할까라고 생각했을까?
그래도 첫 RI 도전인데 끝까지 가야지.
그나저나 오늘 이곳에 하루 더 머무는 것에 후회가 없다.
하루빨리 가는 것보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이제 더 중요해졌다.
삼부자는 계속 뒤돌아 보며 내가 어디 즈음에 오나 확인하지만 벌써 30분 이상 간격이 생겼다.
아 숨쉬기 힘들어.
추쿵 리 정상에 올라서다
이 고생을 해야 만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포기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엄청난 파노라마 뷰.
삼부자가 산꼭대기 능선 듬성이를 지나는 모습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잡석과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면 나도 가야지.
추쿵 리에서 보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너무 멋졌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안 (못) 올라왔을 것 같다.
사실 어제 추쿵리를 오르고 오늘 아일랜드 피크를 다녀오려 했는데
이게 체력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롯지 아저씨에게 시간이 없다면 임자체BC, 추쿵리 둘 중에 하나 어떤 것을 택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추쿵리의 뷰가 더 멋지다고 하셨다.
정말 어메이징 환타스틱 풍경이었다.
추쿵리 정상 남쪽에는 아마다블람 북서능선, 캉테카, 탐세르쿠, 카리오룽, 카탕, 눔부르, 꽁데, 탱캉포체가 늘어서 있고 임자콜라계곡과 계곡 왼쪽으로 두와빙하와 아마다블람 호수가 보인다. 팡보체와 탱보체도 보이는데 구름이 서서히 끼기 시작한다.
아쉬운 하산 길
이렇게 올라왔는데 내려가기 아깝다.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내려가는 것이 더 힘들고 무릎에 무리가 간다.
대박 피곤! 욕하면서 올라갔는데 풍경을 보고 말문이 막히더니 내려가면서 또 욕 나온다.
아쉬움에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른다.
평생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평생 다시는 이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시 한번 눈도장을 찍으려 셔터를 눌러댄다.
금세 구름이 낮게 깔리기 시작하기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간다.
완전 녹초
삼부자 아버지는 낮잠을 자고 나와 두 아들들은 다이닝 룸에서 녹초가 되어 앉아 있다.
게다가 어제 추쿵 롯지와 달리 이곳의 다이닝 룸은 완전 사우나다.
벌겋게 상기된 얼굴들을 하고 그냥 앉아 있다.
매일 밤 롯지에서 카드놀이를 했는데 오늘은 예외.
나는 그래도 하고 싶었지만 이 두 아들 정말 힘들었나 보다.
갑자기 딜런이 나더러 유서를 써 놓았냐고 묻는다.
뜬금없기는.
선라이즈 에코 롯지에서의 저녁
나는 참치 볶음밥을 시켰는데 양이 대단하다.
맛도 좋다.
다 먹을 수 없어서 싸 달라고 했더니 정성스레 쿠킹포일에 싸준다.
진짜 사람들도 친절하다.
핫 샤워도 좋다.
방이야 뭐 언제나 추운데 난 핫팩이 있으니 상관없고,
다이닝 룸에 연료 빵빵하게 넣어준다.
오늘 이곳으로 옮기기를 잘한 것 같다.
삼부자도 만족스러운 눈치다.
내일 드디어 대망의 콩마라를 넘는 날
내일 일찍 출발하기 위해 아침을 미리 주문해 둔다.
나는 역시나 포테이토와 계란.
아 숨쉬기 힘들어.
딜런과 젝도 방으로 가고 나도 내일을 위해 일찍 취침한다.
마을 | 높이 | 거리 | comment |
Chhukhung | 4730 | 왕복 4시간 | 360도 파노라마 뷰 Panorama View 가 너무 멋지다 |
Chhukhung Ri | 5550 | 끝도 없이 이어지는 업힐, 그러나 그 힘든 여정의 보상이 | |
Chhukhung | 4730 | 꼭대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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