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추쿵-콩마라-로부체
콩마라 패스 트레킹을 앞두고 긴장한 아침
추쿵리를 올랐던 어제의 피곤함이 남았고
콩마라를 가는 오늘 아침은 긴장해서인지 배가 슬슬 아프다.
뭐야 내 컨디션은 어제보다 나쁜데?
6시 30분 정도에 롯지를 나선다.
롯지의 남자애가 너무 친절하다.
제니 제니 하면서 잘 챙겨준다.
오늘 아침으로 먹은 해시 브라운 포테이토에 계란 얹은 것 너무 맛있다.
딩보체 롯지 이후 다시 떠나기 싫어지는 롯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서운하기만 하다.
진짜 잘해줬는데..
짧은 인사를 하고 떠난다.
명함이라도 받아올걸.
트레킹 점심 도시락과 간식 준비
도시락으로 에그 오믈렛 샌드위치와 어제 먹다 남은 참치 볶음밥, 간식으로는 초코바를 가져간다.
얼마 못가 동이 나겠지만.
작년 안나푸르나 라운딩에는 넛츠 견과류, 에너지 바를 많이 가져갔는데 너무 무거워 이번에는 안 가져왔더니 아쉽다.
기억에 없는 콩마라 패스 트레킹, 시작은 기억난다.
콩마라로 가는 트레일 입구가 확실치 않아 아침에 삼부자와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 함께 출발한다.
처음에는 쉬운 이지힐로 시작하다 업힐이 된다.
숨쉬기 힘들고 어느 순간 내가 땅만 보고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누군가 말하길 땅만 보고 걸으면 고산의 증세라 했다.
'내가 이러려고 트레킹을 하는 것은 아닌데, 풍경을 봐야지!' 생각하고 한 바퀴 제자리에서 돈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정말 중간에 아무 기억이 없다.
이렇게 시작은 평지스러운 아름다운 풍경.
그런데 난 생각이 잘 안 난다. 하이킹 초반에 개 한 마리가 따라오던 게 생각나다.
삼부자의 발걸음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래 호수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딜런은 가슴 통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호수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와 쌍둥이 아빠 알렌은 영상을 찍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걸을 때는 잠시 기억상실증에 걸리고 멈추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앞에 가는 트레커 없이 혼자 트레킹을 한다면 정말 한 발짝 떼고 쉬고 한발짝 떼고 쉬고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을 트레킹.
힘을 내서 앞서가는 트레커들을 따라간다.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트레킹 중간 점심시간
아껴먹을 것도 없도 지금 몸에 에너지가 필요하니 마구 먹는다.
아침 먹은 지 얼마 되었다고 에그 오믈렛이 동났다.
허기진 배를 안고 하이킹을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콩마라 끝날 무렵 알게 된다.
뉴질랜드 통가리로 (Tongariro National Park) 하이킹할 때는 샌드위치를 3개 준비했었었다.
왜 3패스 3리 할 때는 점심을 항상 샌드위치 하나만 준비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결국 70대 핀란드 할아버지가 주신 스니커즈 초코바를 삼부자와 나눠먹었다.
하이킹 끝무렵 삼부자에게 내 물도 나눠주었다.
사진으로만 기억되는 풍경
점심을 먹고 다시 걷기는 했는데 희한하게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그러다 또다시 호수가 있는 부분에 도달했을 때 기뻐하며 영상을 찍는 모습이 나온다.
영상을 안 남겼으면 기억에 없었을 콩마라 여정.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되나?
아니면 너무 힘들었나?
아무튼 딜런도 숨쉬기 곤란한지 힘들어한다.
나도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을 자꾸 깊게 들이마시게 된다.
패닉상태!
돌산을 오르고 있는데 사진을 찍느라 한순간에 앞서 가던 사람들을 놓쳐 약간 경로에서 이탈했다.
앞에 사람이 안 보인다.
경사가 너무 진 곳인 데다 돌도 미끄러워 안절부절못했다.
미끄러지면 어쩌나!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고 머리가 하얗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패닉 상태였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그런 겁에 질려있는 모습을 보고 "are you ok?"하고 묻는다.
이분은 어느 그룹의 가이드였다.
순간 내가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오 마이 갓!!
나는 내가 왜 그 순간에 애 같이 울었는지 이해....하긴 하는데 할 수만 있다면 부정하고 싶다.
내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설명했고 그 네팔 분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경사는 진 데다 돌은 미끄럽고 배낭은 무거워 잘못 발을 디디면 배낭 무게 때문에 뒤로 굴러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긴장하고 얼어붙은 탓에 못 움직이고 우는데, 이 5000미터 이상의 고산에서 울음이 터지니까 숨이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진상 제대로다!
그분이 침착하게 왜 우냐고, 울지 말고 손잡으라고 배낭을 달라고 손짓한다.
그렇게 다정하게 누가 달래어주니 더 눈물이 난다.
그때 또 한 분의 네팔분이 나타난다.
내 배낭을 딩보체에서 추쿵으로 옮겨주신 그분. 그 천사 포터 아저씨.
그분이 나 있는 곳까지 내려와 가방을 내 어깨에서 내려 짊어지고 가주셨다.
이 두 분은 같은 그룹의 포터와 가이드로 콩마라를 넘고 계셨다.
나는 가이드 아저씨의 손을 잡아 안전한 루트의 돌 위에 앉아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으니 아저씨가 따뜻한 주스를 보온병에서 한잔 주신다.
그리고 가이드 아저씨와 드디어 콩마라 정상에 도달한다.
포터 아저씨가 내 가방을 정상까지 옮겨주셨다.
삼부자는 이미 나보다 먼저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왜 우는지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이유 없이 울보가 되었다.
산에서는 사진 한 장 찍으려 한번 멈추면 앞사람과의 거리가 꽤 멀어진다.
콩마라 꼭대기에서도 울음
아 진짜, 창피해서. 내가 왜 울었지?
완전 애처럼 꼭대기에서도 울었다.
콩마라를 넘었다는 감동에 운 것이 아니라 내가 불안해하고 무서워할 때 도움을 준 누군가가 나타났기 때문에 그냥 애처럼 울음이 터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우니까 울지 마라 하며 마실 물은 있냐?
먹을 것 충분히 있냐? 하면서 초콜릿, 쿠키, 물 등등을 준다.
얼마나 고맙던지. 정말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난다.
한 여자애는 자기도 두 번 울었다며 "let it out"한다.
내가 흘린 눈물이 감동의 눈물이었으면 이렇게 멋쩍어 하진 않을 텐데.
하긴 트레킹 하면서 여러 번 운다.
고마워서, 헤어지기 싫어서, 힘들어서...
"You can do it "하며 팔꿈치로 나를 격려해 주시던 핀란드의 70대 할아버지가 생각나다.
대단하신 분이다.
이번이 두 번째 3패스 3리라고 하신다.
할아버지가 초콜릿도 주셨다.
삼부자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텐데 괜히 꼭대기에서 사진 찍는다고 놓쳐서 완전 패닉 상태였다.
미러리스 카메라 괜히 가져온 것인가?
콩마라 넘을 때 카메라를 목에 매고 걸었는데 목이 빠지는 줄 알았다.
무겁다.
힘들어서 사진도 별로 안 찍게 된다.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더 많다.
역시 이런 하이킹에는 실용성이 제일 중요하다.
울면서도 정상에서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하산 시 다시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하산한다.
하지만 사진의 질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음에도 당연히 무거워도 미러리스 가져간다.
콩마라 패스 내리막길
내리막길도 쉽지 않다.
쿰부 빙하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한다.
어느새 삼부자, 나, 천사 포터, 가이드 아저씨와 그분들의 그룹인 인도에서 온 세명의 하이커들, 그리고 다른 몇몇들이 한 그룹이 되어 하산을 하였다.
함께 길을 찾고 함께 손을 내밀며 이끌어 주었다.
쿰부빙하
흙모래가 덥혀 있어 이게 빙하인지 흙모래 돌산인지 구분이 안 가다가도 다시 상기하게 된다.
정말 굉장히 광대하고 거대하구나!
그렇겠지! 콩마라 패스를 넘었다고 해서 호락호락하게 우리를 로부체로 이끌지는 않겠지.
헷갈리는 쿰부 빙하 트레일.
하지만 돌탑 표식이 우리를 맞는 방향으로 이끌어 결국 로부체에 도착한다.
혼자서는 절대 건널 수 없는 헷갈리는 길. 눈이 왔다면 트레킹을 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트레일. 눈이 오는데도 콩마라를 넘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
로부체 롯지 방이 없어
원래 New EBC guest house에 숙박하려고 했는데 방이 없어 다른 한 군데 더 들렸는데 그곳도 방이 없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없이 방이 있는 아무 롯지로 들어갔다.
주인아줌마, 아저씨 모두 좋으셨고 sea buckthorn 시벅쏜 주스도 공짜로 얻어 마셨다.
음식은 또 후라이드 포테이토.
그래도 아직까진 맛이 있었다.
충전도 기계당이 아니고 저렴한 가격에 선불하면 기계 모두 충전 가능했다.
오늘 콩마라 패스를 함께 넘어준 고마움으로 삼부자에게 내 계핏가루와 영양제를 나눠 주었다.
저녁은 다시 카드놀이로 마무리.
콩마라 정상 넘은 소감
내가 드디어 해냈다는 감동 감격.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혼자서는 해 낼 수 없었다.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저녁 따뜻한 침낭과 핫팩에 감동 감사.
3패스는 안나푸르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구나.
트레킹이 좋다.
아 네팔 중독된다.
마을 | 높이 | 거리 | comment |
Chhukhung | 4730 | 5시간 30분 | 추쿵 6시 출발,아침일찍 출발해야 정오바람피함 |
Kongma La | 5535 | 콩마라 대신 추쿵-딩보체-두클라-로부체 9hr 우회 가능, 딩보체에서 두클라 가는 길도 멋지다고 한다. | |
Lobuche | 4910 | 3시간 30분 | 콩마라는 오르는 것도, 하산하는 길도 오르락 내리락 힘들다. 음식, 물 계산 잘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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