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고락셉-칼라파타르-고락셉-로부체-종라 여정, 말도 안되는 비현실적 풍경
고락셉 아침 컨디션
조금 두통이 있고 뒷목이 약간 땡긴다 해야 하나?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무시해도 될듯. 춥다.
그냥 침낭속에 있다 해 뜨기를 기다리면 춥지 않을 텐데.
해뜨기 전에 일어나는 것은 괴로운 일이고,
정신적으로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다.
자꾸 꿈을 꾼다. 달콤한 디져트 꿈.
누군가 나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주는 꿈.
우리 요가 선생님이 나에게 한정식을 차려 주는 꿈.
우리 선생님 캐나다 사람인데.
이게 왠 이상한 꿈인지.
오렌지 색의 새를 보는 꿈도 꾸었다.
간절하게 바라는 바가 음식인가? 자꾸 음식 꿈을 꾸지?
아 배고파!!! 식욕이 솟는다..
칼라파타르 트레킹, 잭과 아빠 그리고 나
삼부자가 얘기하는 소리가 다 들린다.
그리고 우리들 방 옆에 바로 화장실이 있어서 일찍 칼라파티르로 출발하는 사람들의 소음에 우리 모두 기상했다.
딜런은 두통이 심해서 칼라파타르에 오르지 않겠단다.
잭과 아빠 그리고 나만 출발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출발했다.
해가 벌써 떠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왜 내가 그곳에 올라가 일출을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게 푼힐도 아니고 (푼힐도 발시려 죽는 줄 알았는데)
푼힐에서는 아주 일찍 일어나 손전등을 키고 올라갔기 때문에 내가 한 다섯 번째로 도착한 사람이었다.
혼자 올라가는데 진짜 무서웠다.
하지만 해가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어찌나 추웠는지 손가락 발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솔직히 칼라파타르를 해가 뜨고 풍경을 보면서 올라가는 것이 난 더 좋았다.
엄청 힘든 코스기 때문에 일출을 보러 올라가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가이드가 있었다면 강제로 기상해서 올라갔겠지.
만약 오늘 칼라파나르만 보고 고락셉에서 묵거나 다시 로부체로 갔다면 끝까지 올라갔을지도.
하지만 같은 날 종라까지 가야 했고, 딜런이 두통 때문에 숙소에서 우리를 기다렸기 때문에 칼라파타르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이유. 잭과 아빠가 물통을 가져오지 않고 마실 나오듯이 하이킹을 나왔기 때문.
아 놔 이게 무슨 동네 뒷산도 아니고.
그래서 우리 셋이 내 물을 나눠 마셨다. 이제 우리 가족이쟎아. 감동하기는.
칼라파타르를 올라가기 싫었던 나.
그러나 그것은 나의 핑계.
나도 물을 한병 다 채워 나오지 않았고,
아침도 안 먹었고, 간식도 없었다.
정말 아무 대책 없이 나온 우리.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제껏 살레리에서 부터 걸어온 나,
많은 것을 눈에 담아 온 내가 칼라파타르라고 해서 못 오를 것은 없었지만
그 새벽에 해돋이 보자고 정말 간절히 오르고자 했던 맘이 없었던 것 같다.
삼부자와 일정이 틀어지는 한이 있어도 오르려 했다면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칼라파타르에 오르고 로부체로 내려가 일박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을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상황,
함께 오르는 데까지 오르고 함께 내려가기로 한다.
셋이 합의를 하기를 물이 떨어지면 하산하기로 했다.
칼라파타르 동상이 걸릴 것 같은 추위
추위로 인해 햇살이 아직 안 닿은 곳에서는 손끝과 발가락 끝이 아플 정도로 춥다.
하지만 곧 햇살이 우리의 머리 위까지 전해졌고 몸이 풀리더니 이제 덥기 시작한다.
간밤에 눈이 조금 내렸는지 하얗게 변해 버린 칼라파타르 가는 길.
어제까지만 해도 좀 더 검은 흑회색이었는데 말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눈이 부신 아침이다.
보기에는 정말 가까워 보이고 쉬워 보이고 따뜻해 보이는데 다 거짓말이다.
정말 힘들고 춥다.
칼라파타르 중반까지 트레킹 그리고 하산
잭이 내 물병 가방을 매게 하고 나는 홀가분히 걷는다.
반 정도 하고도 좀 더 올라갔으려나?
해가 강해져 트레커들이 하나둘씩 옷을 벗는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위의 풍경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꼭대기까지 가지 않고 내려가는 길이란다.
음~~ 갈등이다.
아침도 먹어야 하고, 짐도 싸야 하고, 로부체로 가서 다시 짐을 합쳐 싸고 나서 점심을 먹어야 하고,
종라를 가야 하고,
종라에 늦게 가면 숙소가 없을지도 모르고.
나는 솔직히 하루 여유를 잡고 내일 종라로 들어갔어도 된다.
다른 싱글 트레커들도 이미 몇몇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부자와 함께 트레킹을 하고 싶었다.
내가 칼라파타르 꼭대기를 포기한 것에 후회하는가?
처음에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글쎄,
이후에 삼부자와 함께한 하이킹에서 본 풍경과 함께한 시간들이
혼자 칼라파타르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값지다는 것을 알기에 후회가 없다.
고락셉의 딜런
딜런의 두통이 아침이 되어 나아졌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로부체로 가야 한다.
삼부자는 롯지에서 찬물을 물병에 채운다. 대단하다.
완전 빙하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일 텐데.
빠른 걸음으로 로부체로 들어간다.
난 정말 힘들고 지쳤다.
로부체 롯지
알렌이 우리의 EBC +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자축하기 위해 프링글스(Pringles)를 하나 샀다.
설산에서 프링글스는 Royal. 부자가 된 느낌이다.
나는 생강차를 Tea Pot으로 시켜 넷이 나눠 마셨다.
점심으로 또 감자볶음. 감자 플러스 또 감자다.
짐을 싸고 다시 종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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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종라로 가는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
만약 EBC,칼라파타르, 종라로 가는 길 셋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 종라로 가는 길이다.
EBC, 칼라파타르는 "찍고 간다. 인생 샷 남긴다"의 의미이지만 종라로 가는 길은 내 머릿속 인생 샷으로 오래 남을 감동적인 풍경이다.
아~ 모르겠다.
3패스 3리 하는 동안 너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풍경을 많이 봐서 어떤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꼽을 수는 없지만
그냥 간단히 EBC,칼라파타르, 종라로 가는 길 셋 중에 꼽으라면 종라 가는 길을 뽑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아침에 칼라파타르 가지 않고 종라로 가는 길에 더 시간을 투자할 것을 그랬다.
삼부자는 지도를 꺼내 우리가 정확히 어디에 와 있는지 확인한다.
저 가벼운 배낭에 그래도 필요한 것은 다 들고 다니는 삼부자.
나는 옆에서 계속 입을 쩍 벌리며 풍경을 감상한다.
바로 앞에 있는 설산이 손에 잡힐 듯한데 너무 아름다워 현실적이지 않은 풍경.
너무 가까이 있어 그 크기가 짐작되지 않는데 삼부자를 앞에 두고 풍경을 함께 바라보니 그들이 너무 작아 보인다.
핸드폰, 똑딱이로 대체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서 사진 잘 안 나오는 삼성 핸드폰으로 찍다가
그것도 배터리가 나가 작년 안나푸르나 가져갔던 혹시나 해서 가져온 똑딱이 디지털카메라까지 써본다.
카메라 렌즈에 흠집이 나서 사진의 질이 좋지 않다. ㅠㅠ
괜찮다. 중요한 장면을 거의 다 담았을 즈음 종라에 도착한다.
아 종라, 롯지에 방이 없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가는 롯지 마다 방이 없다.
우리는 4명, 거기에 인도네시에서 온 스픈이라는 친구까지 합쳐 5명이 방을 찾고 있었다.
결국 롯지의 주인은 우리에게 창고를 공짜로 내주셨다.
창고에는 온갖 잡동사니와 야크 배설물 말려 놓은 것까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아래 사진이 창고로 들어가는 문.
밖은 괜찮아 보이는데 안은 완전 엉망진창.
너무 재밌고 좋은 경험.
창고 양쪽에 침실이 꾸며졌는데 한쪽은 매트리스가 4개,
삼부자와 스픈이 함께 쓰고 다른 한쪽은 퀸 사이즈 하나에 싱글 매트리스,
나 혼자 쓰겠지 했는데 나중에 미국 커플이 합류.
셋이 함께 썼다.
뭐가 좋다고 우리는 이런 경험이 즐겁다며 낄낄 웃는다.
미국 남자애는 자기 침대에서 떨어질 것 같다고 엄살 부려 우리를 웃게 한다.
롯지 주인 신명 났다.
창고 인원 총7명,
숙박은 무료라도 저녁, 아침 우리가 쓰는 경비가 꽤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붕 아래 잘 수 있는 침실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롯지의 밤
다이닝룸이 아담하다.
모두 모여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 꽃을 핀다.
중간에 난로 가에 앉아 불을 쬔다.
아 뜨거워.
내일 촐라패스를 같이 넘자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하와이에서 온 스테이시, 네덜란드에서 온 커플과 커플 여자아이의 오빠,
핀란드 70대 할아버지,
추쿵부터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친절한 에리카와 스티브, 스픈과 삼부자와 나, 이렇게 함께 출발하기로 한다.
함께라서 두렵지 않은 촐라패스 넘기 전날.
혼자여서 좋고, 함께해서 좋고, 멋진 풍경, 한 패스 한 패스 잘해나가는 내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울기는 했지만.
마을 | 높이 | 하이킹 예상 시간 | comments |
Gorakshep | 5140 | 왕복 4시간 | 종라가는 길 정말 예쁘니 시간을 좀 더 투자 할 것을 그랬다. |
Kala Patthar | 5550 | 종라는촐라체의 북벽 위용 실감 할 수 있다 | |
Gorakshep | 5140 | ||
Lobuche | 4910 | 1시간 30분 | |
Jong La | 4830 | 2시간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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