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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노포터 노가이드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 #12 - 틸리초 호수(4920m), 한마디로 멀~다!

by 머금이 2018.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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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네팔 안나푸르나 어라운드 트레킹 - 틸리초 호수 (세상에 있는 호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호수)

네팔 언어 나마스테 "Namaste" 의 의미

틸리초 BC의 밤은 정말 추워서 낮에 하이킹을 했을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자다가 그대로 일어나 세수도 안 하고 틸리초 호수를 갈 준비를 해요. 잠옷과 세안 같은 것은 사치. 쿰부 3패스 3리 때를 생각하면 4150미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안나푸르나 서킷 때는 이런 하이킹이 처음이라 하루하루 고산병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불안했어요고산병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이곳까지 오게 된 것에 감사하며 아침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마스떼 인사합니다. "나마스테"는 인도, 네팔 등지에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트레킹, 틸리초 베이스캠프 롯지, 요리 못하는 셰프, 강제 다이어트

진짜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요리를 못하시는 쉐프. 아침에 계란 후라이와 뮤슬리를 먹고 티베트 빵과 땅콩잼을 간식으로 준비했어요. 입맛이 없는 것도 아니요 정말 배가 고픈데, 배가 고프다는 것은 좋은 징조로 고산병이 없다는 징조인데 틸리초 셰프님이 저를 안도와 주시네요. 숨쉬는 것만으로도 칼로리 소모가 엄청난 이 고산에서 아침식사가 너무 부실했어요.

 

세상에 있는 호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다는 네팔 틸리초 호수(4920m)

어둠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새벽 안나푸르나에서 손전등은 필수. 쿰부 때보다 안나푸르나에서 손전등을 더 많이 쓴 것 같아요. 이렇게 이른 아침 하이킹을 시작하는 이유는 오후가 되면 틸리초 호수서 오는 칼바람을 맞닿뜨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틸리초 호수가는 길, 어제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오던 길처럼 가파른 산 허리를 둘러싼 긴 능선을 따라 걸어요.

 

틸리초 호수 가는 길

 

 

틸리초 호수, 멀고도 먼, 높고도 높은 호수!

컨디션은 좋은데 배가 고프고 몸이 나른하게 졸립기도 해요. 다행히 무거운 배낭을 짊어질 필요 없는 데이 하이킹. 배낭이 없어도 이렇게 힘든데 배낭 메고서 쏘롱라를 넘는 우리들. 왜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지? 그만큼 산이 주는 행복감이 우리가 겪는 이 긴 여정을 커버할 만큼 그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에요. 이상하게 집에 돌아오면 산이 주는 선물이 더 크게 느껴져요.

 

파란하늘, 설산과 검회색의 돌산이 겹겹이 펼쳐지고, 그중에 틸리초 피크도 보여요. 가을 황토색으로 물든 야생풀들이 펼쳐진 산허리 능선을 지나는 오늘 풍경은 감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어요. 틸리초 베이스캠프에서 틸리초 호수까지는 4시간 거리. 정말 멀게만 느껴지네요..

 

틸리초 가는 길

 

네팔 틸리초 호수의 위치- 오르막길 그리고 또 오르막길

대체, 아름다운 호수는 왜 이렇게 멀리, 높이, 산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일까? 많이 왔다 생각했는데 이제 거의 다 왔다 생각했는데, 저 코너만 돌면 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이에요. 팻말이 몇 번 보일 때마다 기대하고 가까이 가면 조금 더 가야 한데요. 멀리 마나슬루까지 이어지는 마르샹디 계곡을 끼고 끊임없이 걸어요. 배도 고프고, 이제는 즐기기 보다는 화가 날 정도로 너무 멀어요. 일단 사람이 씻지 않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어도, 힘이 들어도, 배불리 배가 채워지면 행복하고 살만 하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짜증날 정도로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어요. 

 

이 끝없이 펼쳐진 능선에 앞뒤로 보이는 하이커들의 모습이 정말 점처럼 작게 보여요. 이 대자연 앞에 우리는 정말 한낱 보잘것없는 인간이네요. 푸르른, 완전 파란 하늘, 눈 앞에 크게 펼쳐진 하얀 설산, 가을 황토색 풍경의 능선, 지금 현재로써는 그 어떤 것도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어요.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perfect 한 풍경과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쳤고 배가 엄청 고프네요. 벌써 하산하는 사람도 보이는데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도대체 아침 몇 시에 출발했다는 거죠? 

 

끝없이 펼쳐진 경사진 언덕

 

 

힘들지만 네팔 안나푸르나의 풍경이 나를 힘이 솟게 한다.

매일매일이 강행군. 힘들다. 배고프고 춥다. 머리도 감고 싶다. 하지만 이런 힘든 와중에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은 역시 다음날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감이었어요. (평소에도 일상의 삶을 이런 기대감과 감사함으로 살면 좋을텐데...) 저 산을 넘어가면 뭐가 보일까? 저 언덕, 저 코너를 지나가면 또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 그것이 없었다면 네팔에 2년 연속 가지 않았을 거예요. 매년 네팔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노르웨이나 파타고니아, 캐나다 등등 하이킹 코스 좋은 곳 많이 다녔지만 네팔의 고산 풍경은 그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만약 체력 No, 재력 Yes 라면

말을 고용해서 타고 가겠어요. 그렇게 가는 하이커들도 있어요. 체력은 안되지만 재력(?)이 된다면 말이라도 타고 와서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또 제 성격은 동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하리라! 고집부려 일부러 혼자 하는 고생스러운 여정을 택할 것 같아요.

 

네팔 안나푸르나 서킷, 절경, 똑딱이 디지털카메라와 삼성 스마트폰, 전자제품 업그레이드 절실하다.

속상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없었고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뿐이었어요.. 하긴 쿰부에는 새로 산 미러리스 카메라를 가지고 갔지만 손에 익지도 않았고 사용법도 잘 몰랐고 너무 힘들어 중요한 순간에 사진을 많이 찍을 기력도 없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똑딱이로 찍은 안나푸르나 사진들이 질적으로 선명하지는 않지만 더 정감이 가요. 

 

그런데 이 고물 똑딱이 디지털카메라에 먼지바람으로 인한 흙먼지가 들어가 카메라 렌즈와 커버 사이에 껴서 렌즈에 흠을 내는가 하면, 아예 렌즈를 보호하는 커버가 안 닫혀요. 오 마이 갓. 그래서 사진의 질이 안 좋은 것, 플러스 사진에 스크래치가 나있어요. 이로 인해, 쿰부 3패스 3리 할 때는 선택의 여지없이 카메라를 업그레이드해서 미러리스를 가지고 갔어요. 무거워서 잘 사용은 못했지만...

 

마르샹디 계곡

 

네팔 현지인이 말하는 "35분만 더 가면"이란? 

마지막 팻말에 쓰인 "35분"을 본 순간 아직도 35분이나 가야 하나라는 실망감과 35분만 더 가면 세상에서 가장 높이 있는 호수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교차했어요. 그런데 35분이 지나도 호수가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럼 그렇지. 현지인 발걸음으로 35분이면 난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것이다!! 이렇게 힘겹사리 올라왔는데 아까와서라도 호수에서 수영이라도 해야 할 판이에요.

 

호수를 만나기 100m 전

호수를 얼마 남겨 놓지 않고 걸어왔던 길을 다시 돌아봐요.. 설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둘러쌓고 있어요. 앞에 보이는 언덕 위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을 보니 저 언덕 너머에 호수가 있는 것이 분명해요. 드디어 만나는구나! 

 

틸리초 호수 가는 길

 

 

틸리초 BC 출발 4시간 만에 틸리초 호수 도착

조금씩 파란색이 보이자 흥분되었어요. 드디어 보는구나! 완전 파란. 푸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파란 잔잔한 틸리초 호수. 이런 빛깔의 호수가 이 높은 곳에 있다니 신기해요.. 너무 커서 당연 똑딱이로 한꺼번에 담을 수도 없어요. 틸리초 피크와 주변의 설산 풍경이 어우러져 신비하리 만큼 파랗게 보이는 호수. 얼마나 깊을까? 얼마나 차가울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려면 이런 고생을 감내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틸리초 호수를 본 소감, 서로 친구가 되어 격려해 준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질러요. 드디어 틸리초 호수를 봤다는 성취감과 감격에 사람들이 서로 잘했다고 등과 어깨를 토닥여 줘요. 가슴이 벅차고 경건해 지기까지 해요.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함께 사진을 찍어요. 갑자기 모두가 서로 친구가 되었어요. 아름다운 것 앞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 똑같나 봐요..아눅이라는 네덜란드 친구가 사진 찍을 때 점프를 같이 하자는 걸 사양했어요. 혹시 모를 고산병에 대비해 몸을 사려야지요. 하지만 사진 찍을 때 " big smile" 하자고 제안해서 미소는 크게 지었어요. ^^ 틸리초 호수는 길이가 4km에 폭이 1km. 생각보다 물이 고요하고 잔잔해서 놀랐어요.. 푸르다, 파랗다, 하얗다, 그리고 아름답다. 음.. 무지 배고프다.

 

틸리초

 

틸리초 호수에서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내려가는 길. 하산이 아쉬워

어떻게 올라온 길인데, 순식간에 내려갈 것을 알기에 쉬이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웬걸, 정말 배고프고 추워서 그리고 칼바람이 등을 떠밀어서 자동적으로 급 하산하게 되었어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맞는 말. 내려가는 길, 틸리초 호수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으려는지 영화 제작팀이 장비를 들고 올라가고 있어요. 쿰부 3패스 3리 했을 때도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어서 구경했었는데..... 네팔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고자 하는 영화 관계자들이 인도에서 많이 오는가 봐요. 

 

틸리초 베이스캠프에서 시르카르카

6시간의 틸리초 호수 왕복 하이킹. 4시간 업, 2시간 초고속 하산. 배고파서 뛰다시피 했어요. 틸리초 베이스캠프로 왔을 때는 롯지의 다이닝 룸이 햇빛으로 엄청 따뜻했어요. 하산을 하니 도리어 점심을 먹을 기운도 나지 않았고 입맛도 없어요. 아침에 간식으로 가져간 땅콩잼 바른 티베트 빵은 차갑고 딱딱해져서 먹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억지로 점심을 먹고는 노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시르카르카로 향해요. 다시 그 무시무시한 Land Slide Area 경사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완전 발걸음이 천근만근. 음식이 맛있다면 틸리초 BC에서 하루 더 묵겠지만, 하루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시르카르카 가는 길이 이미 왔던 길, 이미 봤던 길인데도 처음 보는 것 마냥 다시 아름다운 풍경에 들떠요. 너무 멋지다!

 

하산길

 

 

마나슬루 산군과 피상 피크를 보는 마지막 밤.

힘들게 시르카르카에 도착했지만 이미 틸리초 베이스캠프 가기 전에 최악의 점심을 경험했으므로 저녁도 별 기대 없었어요. 여기 셰프나 틸리초 셰프나....... 그렇지만 이곳에서 만난 다니엘라와 메튜랑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했어요. 너무 지쳐 내일 하루 더 이곳에서 묵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음식이 너무 맛없어요. 때문에 피곤해도 할 수 없이 내일 다음 마을인 야크카르카로 이동해 휴식을 할 예정이에요. 이제 더욱 더 쏘롱라 패스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마을 높이  하이킹 예상시간  Comments 
 틸리초 베이스캠프  4150  왕복 6시간 시르카르카에 짐을 두고 하이캠프 1박 배낭을 따로 꾸려 에너지 절약
 틸리초 호수  4920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은 틸리초BC에서 1박을 더하고 다음날 야르카르카로 옮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틸리초 베이스 캠프  4150
 시르카르카  4018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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