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몬조 - 남체
몬조의 아침
드디어 남체로 들어가는 오늘 아침, 아침부터 설렌다.
시간상으로 짧은 반나절 하이킹이 될 것 같아 간단히 아침을 주문했다.
남체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계획이 있었다.
그래서 특별할 것 없이 또 오트밀을 주문했다.
오트밀에 내 시나몬 파우더를 올려 먹는 것이 너무 좋다.
기억하기로는 안나푸르나에서는 항상 롯지들이 붐볐다.
그래서 자기 전에 아침을 주문하고 계산서를 미리 작성해서 방값+음식값을 모두 지불해 놓고 잔다.
그런데 쿰부 롯지는 안나푸르나처럼 그렇게 붐빈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하긴 아직 남체 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시간이라도 빨리 남체로 가기 위해 일찍 출발한다.
어제 몬조에서 만났던 팀과 스탠리도 남체로 가는 길에 본다.
얘네들은 심각하게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이다.
임자체BC- 아일랜드 Peak에 오르기 위해 왔다고 한다.
트레킹도 트레킹이지만 등반을 즐기는 것 같다.
몬조 바로 뜨자마자 있는 검문 초소
롯지에서 짐을 싸기 전에 여권이랑 허가증을 빼 놨으면 좋았을 텐데 검문 초소가 몬조 마을을 떠나는 바로 입구 쪽에 있는 줄 몰랐다.
6시 30분 경이였던 것 같은데 경비 아저씨들이 벌써 초소에 있다.
아저씨는 내가 네팔 사람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것 같다.
어쨌든 다시 백팩을 열어 신분증을 꺼낸다.
그렇게 체크를 하고 조르살레로 걸어간다.
아기자기 조르살레 마을
몬조에서 한 20분 정도 걸리려나?
몬조 마을 끝 초소를 지나 돌계단을 쭉 내려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된다.
몬조나 이곳이나 뭐 30분 이내 거리니 둘 중 아무 마을에서나 자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하산 시에 내가 왜 조르살레에서 묵지 않고 몬조의 같은 롯지로 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
별로 좋은 롯지도 아니구먼.
조르살레 마을의 롯지 마다 채소밭이 쭉 펼쳐져 있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남체로의 끝없는 3시간. 본격적인 오르막 길 전에 만났던 정말 긴 현수교 긴다리
정말 긴 다리였다. 어떻게 이렇게 긴 다리를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일까?
가방이 점점 무거워오니, 가다 쉬고 가다 쉬고 해야 하는데 다리에서는 쉴 수가 없으니 계속 걷는데 이건 뭐 다리가 길어도 너무 길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3시간 non stop 오르막 길인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이라도 많이 먹을 것을...
남체 마을로 가는 길은 시간상으로는 짧지만 굵은 힘겨운 오르막 길이었다.
남체가 점점 가까워지니 산세도 물소리도 바람도 모두 웅장 해지는 느낌이다.
남체 마을로 가는 오르막 길
오늘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오르막 길이 한도 끝도 없이 계속되니 이건 뭐 방전이 안 될 수 없다.
오늘 하이킹을 하며 작은 새들도 보고 접교들도 본다.
이제는 당나귀에서 접교, 야크들로 바뀌려나 보다.
신기하게도 정말 싱글 하이커들이 없다.
며칠 전 여자 싱글 노포터 노가이드 트레커 한 명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더군다나 그 친구는 3패스 3리를 한 것이 아니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올라가다 한국인 트레커 두 분 정도를 만난 것 같다.
그중 한 분은 포터와 가이드랑 왔나? 포터 겸 가이드와 왔나 생각이 잘 안 나는데 아무튼 신경전이 있었나 보다.
스트레스를 받으신 모양이다.
돌아가면 에이전시에 항의를 하겠다고 하셨다.
혼자 왔냐고 물으시길래, "네, 제 성격상 한 달간 다른 사람과 함께 24시간 붙어 있지 못할 것 같아서 혼자 왔어요" 했더니 잘했다 칭찬해 주신다. 맘고생하셨나 보다.
또 오르막 길
소나무 숲을 지나며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지그재그 하면서 올라간다.
그러다 호주에서 온 삼부자, 아빠 Alan과 쌍둥이 두 아들 Zack, Dylon을 만났다.
나도 빠르게 올라간다 생각하고 걷는데 이 세명은 진짜 빠르다.
HI! 인사하고 앞질러 올라가다 내가 쉬고 있으면 저 아래서 이들이 올라온다.
그리고 이들은 빠르게 또 나를 지나쳐 올라간다.
내가 걷기 시작해 올라가면 저 위에 이 세명이 쉬고 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계속 만나게 되는 이 삼부자.
드디어 남체 마을이 가까워졌을 때 초소에서 다시 만난다.
이미 입산 허가서와 팀스를 NTB에서 모두 받아 왔는데도 또 돈을 내야 한단다.
언제 이 초소가 생겨 언제부터 여기에서 쿰부 입산 허가비를 내야 하는 제도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내고 가는 수밖에 없다.
다시 돌아갈 것도 아니고. 아무튼 삼부자는 저만치 사라지고 다시 나 혼자 천천히 걷는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오르막 길
너무 힘들어 오르막길 사진 안 찍었다.
내가 이날 뭘 먹고 걸었는지 생각이 안 난다.
남체 가면 맛있는 것 먹어야지 하고 아침도 부실하게 먹었고 거리상으로도 별로 긴 하이킹이 아니라서 간식도 준비하지 않았다.
또 하나 배운다.
하이킹 길이가 짧던 길던 앞으로 간식을 항상 여유 있게 가지고 다녀야겠다.
남체 바로 아랫마을까지 드디어 도착.
사람들이 마을 공동 수돗가에서 머리를 감고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이 왜 낯설지 않을까?
독수리들이 큰 날개를 펴고 산에서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타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남체에 가까워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남체
왜 안나와! 남체 정말 어디 있는 거야! 하고 마지막 계단을 올라 오른쪽으로 돌면 남체 마을 입구가 쭉 나오고 그 길을 따라 상점들이 줄지어있다.
페루 마츄피츄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남체도 만만치 않게 산속에 있다.
카트만두에서 이곳을, 아니 밴쿠버에서 이곳을 오기까지 10일 걸렸다. 12일 출발해 21일 도착했으니 말이다.
날씨는 정말 화창 평온 따뜻한 날씨였다.
도착시간은 거의 아침 11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숙소를 알아보려 걷고 있는데 아까 삼부자가 카페 이층에서 나를 부른다.
어디에 묵냐 물었더니 아직 방은 안 찾았고 먼저 쉬면서 점심을 먹고 있단다.
나보고 어디 묵냐고 해서 AD FRIENDSHIP 롯지로 갈 것 같다고 말을 해줬더니 본인들도 그럼 거기로 오겠단다.
성격차이 일까 아니면 본능일까? 나는 숙소부터 찾고 밥을 먹는 쪽인데 삼부자는 밥부터 먹고 숙소를 찾는다.
묵고 싶었던 롯지의 방이 벌써 꽉 찼다!!
오 마이 갓! 이렇게 일찍 도착했는데 점찍어 놨던 숙소가 벌써 다 꽉 찼다.
세르파 빌리지나 AD FRIENDSHIP 롯지에 묵으려고 했는데 둘 다 꽉 찼다.
Friendship롯지에는 신선한 빵을 직접 굽고 있었고 김치가 있는 것도 보였다.
여기서 묵고 싶다 생각하여 부엌 한켠 소파에서라도 자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때마침 삼부자가 온다.
진짜 왔네!!
갑자기 삼부자랑 나 이렇게 4명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그룹이 되어 버린 순간이었다.
그래서 AD FRIENDSHIP 롯지는 포기하고 이 롯지 언니의 할머니가 하시는 옆옆 롯지로 가게 된다.
진짜 친할머니인지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AD FRIENDSHIP 롯지는 나중에 하산 할 때 묵게 된다.
내가 AD FRIENDSHIP 롯지 알게 된 것은 카페 리뷰를 통해서이고, 리뷰가 좋아 간 것이다.
결론은 다 개인 차이인 것 같다.
누가 좋다고 해서 가도 내가 맘에 안 드는 경우도 있으니 롯지는 개인이 각자 도착해 느낌대로 고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나는 음식이 가장 중요한데 AD FRIENDSHIP, 그렇게 음식을 잘하지는 않았다.
내가 묵었던 숙소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당연히 인터넷, 충전, 샤워, 방 모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방은 좋고 싫고 없이 중간 정도.
인터넷은 얼마를 내면 1일 무제한 또는 2일 무제한 이렇게 비용을 받는 것 같다.
여기서도 치킨 모모를 시켰는데 웬만하면 맛이 없을 수 없는 메뉴이다.
볶음밥도 시켰는데 밍숭 밍숭 한 맛 때문에 가져갔던 내 밑반찬과 같이 먹었다.
삼부자는 모든 식사를 아까 그 카페에서 해결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카페에서 식사를 하면 충전도 인터넷도 모두 공짜였다.
그래서 나중에는 나도 카페를 이용했다.
남체에 있는 약국
발목 복숭아 뼈 근처에 살들이 시커멓게 멍이 든 색깔이다.
만져보고 문지르면 아팠다.
문지를 때 나는 소리도 뻑뻑하다.
그래도 색깔만큼 아프진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5불 주고 연고 하나를 샀다.
남체 중심으로 마실 나가다
조금이라도 발을 쉬게 하고 싶어 쪼리 슬리퍼를 신고 나갔다.
아직 낮 시간이라 해가 있고 해서 발이 시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돌계단이 미끄러워 조심스러웠다.
중심으로 나가니 만났던 트레커들을 다 만난다.
어제 몬조에서 같은 롯지에 묵었던 호주에서 온 크리스와 타티아나도 만났고,
미국에서 온 크리스 형제도 다시 만나 사진을 찍었다.
왼쪽 크리스는 인스타에서 유명한 산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재즈, 팝, 클래식 음악을 들으니 너무 좋았고 베이커리 빵 냄새도 좋았다.
내가 생각했던 남체와는 정말 다르다.
현대적이다. 모던하다.
카페며 레스토랑이며, 햄버거, 피자, Happy Hour, 팝송 등등 친숙하던 것들을 남체에서 본다. 좋다 싫다를 떠나서 안나푸르나에서는 아직도 네팔이라고 느낄 만한 것들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이곳은 조금 트레커들의 취향에 맞게 변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쿰부가 더 상업적이라 느껴지나? 그래도 남체에는 남체 만의 향기가 있다.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바자르가 열린다는 곳에서 음악회가 열려 가서 구경하고, 마을 사람들이 돈내기 놀음하는 것도 구경하고 하다 슬슬 발이 시려 오는 순간 숙소로 돌아간다. 오후 3시 정도였는데 벌써 구름이 몰려왔고, 구름이 거의 마을 지붕까지 내려올 기세였다. 롯지 방 안에서 본 그 광경은 정말 웅장하고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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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기만 한 친구 사귀기
샤워를 하고 핫팩을 붙이고 다이닝 룸으로 내려갔다.
다 그룹으로 오거나 해서 나 혼자 내려가면 멋쩍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삼부자와 싱글 트레커들이 몇몇 있다.
그러나 나랑 삼부자만이 포터와 가이드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이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의 하이킹을 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아직은 친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삼부자랑 어색하기만 하다.
마을 |
높이 |
예상시간 |
Comments |
Monjo | 2835 | 진짜 가깝지만 check point에서 시간 걸림으로 20분? | 남체바자르는 금요일 오후부터 |
Josale | 2740 | 남체에 롯지 많고 좋다고 해서 갔어도 크게 맘에 들지 않았으므로 아무데나 잡고, 카페에서 식사 해결하며 충전, 인터넷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
Namche | 3440 | 3시간 3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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