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타토파니-고라파니, 내가 의사였으면 하고 생각했던 날
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마치고 네팔 안나푸르나 ABC를 하던 안 하던 고라파니로 간다
타토파니에서의 식사도 온천욕도 다 맘에 들었어요. 창가에 배정받은 방은 다행히 지대가 낮아진 만큼 춥지 않았고요. 냉수욕을 했을 정도니 이제 감기 걱정 안 하고 트레킹을 해도 되려나?
노포터 노가이를 하는 이유. 혼자 하는 트레킹. 매튜 일행과 헤어지다
어제 매튜의 가이드가 돈을 챙기는 것을 본 후 함께 트레킹 하는 것을 접었다. 고라파니에 가서 숙소를 또 예약해 줄까 하는 것을 되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괜히 해주는 척.
나는 길치. 네팔 트레킹 지도 없다.
왜 이렇게 표식이 많은지. 따또파니 마을을 떠나 강을 내려와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갈래길, 삼거리.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묵티나트에서 좀솜으로 가 그곳에서 빠지거나 따또파니까지 내려와 이곳에서 베니로 나가 당일 포카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저 같은 부류는 다시 푼힐 "안나 전망대"를 경유해 더 길게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 (Australia Camp) 캠프까지 거쳐 나가요. 혼자 걷는 오늘 트레킹, 다행히 표지판이 방향을 정확히 알려주고 있어요.
싱글 트래커는 심심하지 않다. 율리아 일행을 만났다
율리아는 정말 착한 포터겸 가이드와 함께 걷고 있어요. 그 가이드 겸 포터는 자신의 조카인지 아들인지를 트레이닝 (Training) 시키고 있었는데 정말 어린 십대 소년이었어요. 안쓰럽기도 했지만 10대면 힘은 좋을 것이고 포터라는 직업이 힘은 들지만 수입은 좋으니 트레이닝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돈을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네팔 힙합보이 (HIP POP BOY)
진짜 대박! 쿨하게 차려입은 남자애가 산에서 내려오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웨그 넘쳐요. 선글라스에 모자, 손가락 제스추어, 이 네팔 소년은 산에 사는 산사람이기엔 너무 도시적. 시티라이프가 필요한 이 소년이 사진 찍는 것을 허락하여 찍어봤어요.
고라파니까지 다시 1000미터 넘게 고도를 올리는 날
따또파니는 1190미터, 고라파니는 2860미터이며 푼힐은 3193미터. 오늘의 힘든 여정이 예상되지만 여러 마을을 지나가며 보는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이 덜 지치게 해주는 것 같아요. 지천에 널린 깻잎(초고추장에 쌈밥이라도 먹음 힘일 날 텐데), 익어가는 붉은 고추, 이름 모를 야채 열매, 늙은 호박, 애호박, 호박잎과 호박꽃, 네팔 토마토. 정말 요리할 수 있는 유기농 야채들이 다 모였어요. 오랜만에 사루비아 꽃도 봐요. 중심을 떼서 끝을 빨아먹으면 꿀맛이 나던 그 꽃을 여기서 봐요.
네팔 온천! 온천은 왜 한거야?
어제 푹 잘 쉬고 온천욕까지 하고 아침도 인생 최고의 오트밀까지 먹어주어 기분 좋은데 오늘 완전 오르막길. 땀이 흠뻑 젖었어요.. 그럼 그렇지, 이런 풍경을 고생 안 하고 보여줄 리 없지.
네팔 가을 풍경, 수확의 계절이로구나!
가을이야. 11월 가을이 너무 덥고 푸르러 봄으로 착각할 정도지만 이렇게 누런 밀밭의 밀(Millet)이 수확을 마치고 누워있어요. 타작을 마친 밀렛을 말리고 고르고 있는 아저씨, 산더미처럼 쌓인 수확물 옆에서 담배 피우고 계시는 농부 아저씨. 농기계 하나 없이 손수 이렇게 수확을 했으니 그 담배 맛이 꿀맛이겠어요. 한옆에서는 공동 수돗가에서 빨래하는 예쁘장한 네팔 여인이 보여요.. 지붕에는 수확한 야채를 말리고 있어요.
네팔 의료자원봉사자 필요. 내가 의사였으면 하고 생각했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자리 잡고 앉아 있는 동네 아이들. 온 동네 아이들이 다 모인 것 같아요. 이런 곳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것도 잠시, 그중 한 명 검은색 마스크를 쓴 아이가 있었는데 사랑니가 곯아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요. 민간요법으로 볼에 어떤 검은 약초 같은 것을 붙여 놓은 것 외에는 이곳에서는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가 봐요. 꼬마 한 명이 저한테 진통제가 있는지 물어봐요. 만약 있었으면 부모님을 만나서 드리면 좋으련만 갖고 있는 상비약이 없었어요. 이가 아프면 온몸이 다 아플 텐데 마음이 아파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에 실망스럽고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제가 의사였음 의료 봉사라도 올 텐데. 네팔 해외봉사단 많이 온다던데 봉사활동이 이런 곳에 까지는 손길이 안 닿나?
토론토의 한 친구가 교사인데 어느 날 인터넷 무슨 모금 활동으로 기부금을 모금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알고 보니 자기 사비를 통해 네팔 해외 교육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보내는 기부금으로 네팔에 봉사를 가려고 하는 목적이었어요. 당연히 친구였지만 기부를 하지 않았다.
본인도 여행이 하고 싶다면 사비를 들여 여행을 하면 될 것을 인터넷 모금을 통해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봉사활동을 떠난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게 봉사활동인가?? 그럴 거면 모아진 돈을 차라리 네팔에 기부를 하는 게 본인이 가서 며칠 교육봉사를 하는 것보다 나을 텐데. 아픈 아이를 보니 생각이 많아져요.ㅠㅠ
네팔 힌두 문화
이렇게 꽃장식을 마을 어귀에 걸어 놓았어요.. 힌두식 꽃 장식. 가라(Ghara), 시카(Shikha), 치트레 (Chitre)등의 마을을 지나면서 티베트 문화권에서 자주 보던 타르초나 마니차는 볼 수 없고 이렇게 꽃장식을 많이 볼 수 있어요.
네팔 안나푸르나 고라파니를 향하여
지나가는 풍광이 지루할 틈이 없고 날씨 또한 완벽. 조금 배가 고프다 싶을 즈음 네팔 길거리 음식 파는 식당이 나와요. 동남아에서나 카트만두에서도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어요. 아무튼 간단하게 간식으로 사 먹었어요.
항상 배고픈 하이커. 두 번의 점심
첫 번째 점심은 간단히 Vege Noodle을 먹고, 금방 배가 꺼져 두 번째 점심을 먹었는데, 그 롯지의 앞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배산임수가 생각나게 할 만큼 좋은 언덕에 위치한 롯지에 도착하니 올라오면서 보았던 거의 모든 (그래봤다 정말 몇 안 되는) 트래커들이 다 그곳에서 점심을 하고 있어요. 만만한 에그 오믈렛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우와, 빵맛이 정말 환상적. 어떻게 빵이 그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울 수 있는지. 태어나서 먹어 본 에그 오믈렛 샌드위치 중 최고!!! 내가 태어나서 먹어 본 샌드위치 빵 중 가장 촉촉했던 샌드위치.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지?? 약간 카스테라 빵을 연상케 했어요. 호주에서 온 남자애, 아이스 레이크에서도 보고 라르중에서도 본 Tim을 여기서 또 봐요. 신기
고라파니 트레킹. 막판 끝없는 오르막 계단
엄청나요. 고라파니까지의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어요. 아 1000미터에서 다시 3000미터 근접으로 올라 오다니, 집에는 언제 가나? 그래도 이 산행이 너무 좋아요. 율리아와 제가 함께 롯지를 찾았는데 고라파니는 롯지가 아주 많고 요리를 웬만하면 다 잘하는 것 같아요.
고라파니에서 푼힐. 휴식 없이 바로 푼힐 입구 찾으러 감
율리아와 둘이 가방만 내려놓고 고라파니 마을을 돌아봐요. 푼힐로 가는 입구 근처에 올라가니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롯지 마당에서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트레커들이 보여요. 어떤 네팔 아주머니는 무를 다듬어 우리나라 무말랭이처럼 말려두시려나 봐요. 무청도 함께 다듬어 냄비에 따로 담아놓으셨어요.
고라파니 롯지에서 본 풍경과 저녁. 안나푸르나의 석양, 네팔 칠리치킨!
이곳 롯지에서 처음 칠리치킨을 만나고 홀딱 반해 포카라에서 매일 간식으로 먹었던 칠리치킨. 율리아는 자신의 달밧에 나온 흰쌀밥을 저에게 나눠주며 이 매운 칠리치킨과 함께 먹으라고 권유했어요.. 달밧은 밥 리필 가능하다고. 착한 이 친구에게 마살라 티 한잔 쐈어요.!
내일은 무계획, 계획 없는 트레킹
내일 푼힐 다녀와서 계획이 없어요.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멈추지? 내일 걸어보면 알겠지.
마을 | 높이 | 하이킹 시간 | comments |
Tatopani | 1190m | 총 6~7시간 | Shika 라는마을도 멋지다 |
Khopra | 고라파니 힐탑롯지에서 뷰 멋지다 | ||
ridge paudwar | Sunny Guesthouse/cottage with view, snowlands Is alternate option, Kamala lodge | ||
ghar khola | |||
Chitre | |||
Ghorepani | 28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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