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구르정-바훈단다
안나푸르나 ABC하기 애매한 날짜
11월 12일 카트만두에서 중국을 거쳐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애매한 ABC행. 제 성격에 정말 가고자 했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 12시간을 걸어서라도 ABC를 갔을 것 같지만 다시 추위에 떨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기에 천천히 하산 쪽으로 마음이 가고 있었어요.
세친구의 제안, 계획은 변경하라고 있는 것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하려 작별인사를 하려는데 아일랜드에서 온 Brian이 자기들 5분 있으면 준비를 마친다고 촘롬까지 함께 가자고 해요. 글쎄, 속으로 같이 갈까 말까 생각했어요. ABC 행을 안하기로 했다 해도 혹시나 촘롬에 도착했을 때, 갈림길에서 마음이 바뀌어 위로 올라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어요. 이 친구들은 오늘 바훈단다까지 가서 온천욕을 할 계획이랍니다. 온천욕 같이 가자고 자꾸 부추겨요. 브라이언은 원래 이 여자애들 두 명과 여행을 함께 온 것이 아니라 여행을 하다 만났다고 해요. ABC를 가려고 왔는데 이 여자애들 두명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계획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저야 안나푸르나 서킷을 마쳤으니 ABC에 대한 미련이 없었는데 브라이언은 ABC를 하러 왔다 안 하고 간다는 게 조금 어이없었어요.
저는 아직도 ABC에 대한 미련이 남아 빨리 걸어가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판에 촘롬에서 바훈단다 그 짧은 거리에 가서 온천욕으로 오늘 하루를 쓰고 내일 ABC로 출발한다면 전체적인 시간상 ABC는 완전히 물 건너가는 것이었어요. 안 그래도 짧게 남은 일정 때문에 계획이 안 서는데 심난. 게다가 저는 성격이 이기주의적이라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데 제 시간을 허비하는 꼴을 못 보거든요.
어쨌건 "싫어" 할 수는 없으니 시작은 함께하자, 난 싱글 하이커가 체질
저는 걸음이 빠른데 터키 여자애와 미국 여자애는 천천히 걷는 것에 브라이언이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봐요. 본인들 때문에 제 시간이 지체된다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또 그게 아닌 게 저도 그들과 걷는 것을 즐기고 있었어요. 사실 저도 별로 ABC에 관심이 없었던 거죠.. 저도 이 세명과 즐기며 천천히 걸었어요. 그래서 저도 어제 만난 이 터키, 미국, 아일래드 아이들과 바훈단다로 가서 온천욕을 하기로 했어요. 어제 하루 저녁나절 같이 시간을 보냈을 뿐인데 이 아이들과 함께 걷는 이 아침이 너무 재밌어요. 역시 누구와 함께 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ABC를 갔다면 포카라에서의 달콤한 휴식, 온천에서의 여유도, 흰 원숭이들도 못 봤을 것이기 때문에 이래저래 후회는 없어요..
촘롱(Chhomrong)에서의 점심
구르정에서 촘롱까지 거의 두 시간 여정. 경치도 좋고 날씨도 좋고 동행도 좋아요. 여기서 우리는 음식을 여러 개 시켜 나눠먹는데 이렇게 여러 개 시켜 나눠먹는 것이 얼마만인지. 그나저나 제가 브라이언에게 계속 ABC 가라고, 안 가면 후회할 텐데 하고 부추겼어요. 미국계 동양인 에바 EVA는 걷는 속도부터가 너무 느려요. 만약 제가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시작할 무렵 이들을 만났으면 저는 당연히 "노"하고 그룹을 탈퇴하고 혼자 걸었을 거예요. 지금이야 하산 중이니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이들과 걷고 있는 거지요. 아무튼 촘롬에 있는 이 롯지에서 치킨 모모를 시켰는데 와! 정말 백점 만점에 백점. 한 접시 더 시켜 나눠먹었어요. 어제 촘롱에서 잤었어야 했어.
안나푸르나 ABC 포기하니 이제 좀 속이 편하다.
천천히 이들과 내려가며 수다도 떨고 즐기며 가요. 매일 산만 보고 산만 생각하며 걷다가 사람들과 같이 수다 떨며 걸으니 색다른 즐거움. 티하우스에서 티 한잔의 여유를 즐겨요. 라르중에서 할머니가 주신 호두알을 돌멩이로 깨 우리 넷이 나눠먹었어요. 브라이언은 계속 이렇게 조금 걷고 쉬고 티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내서 저의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신경 쓰이나 봐요. 나 ABC 안 간다고 걱정 말라했어요.. 도리어 저는 브라이언이 도대체 왜 이들과 함께 여행하며 네팔의 온 자신의 메인 목적인 ABC를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했지요.
바훈단다 롯지의 방
저는 독방을 원했는데 이들은 4명이 함께 잘 수 있는 방을 원해요. 오 마이 갓, 내가 이들의 일원이 된 것인가? 난 굉장히 독립적인 사람인데 할 수 없다. 싫다고 하기엔 우린 이미 FACEBOOK 친구까지 돼버린 친구가 된 것이다.
바훈단다 온천으로 고!고!
바훈단다 롯지에 방을 잡고, 생각보다 멀리 산 아래로 내려가야 온천이 나와요. 입장료를 내면 바로 잘 닦여진 바위 계단을 통해 내려갈 수 있어요.. 라운딩 하면서 봤던 어느 온천보다 그리고 제가 가 보았던 어느 온천보다 심플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더 자연과 더불어 있던 온천이었어요. 이 세명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이 HOT SPRING에 온 것이 정말 다행이에요.. 깨끗한 온천 옆에 세차게 흘러가는 강물과 함께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이들을 만나 저는 그냥 걸어서 지나칠 수 있었던 바훈단다 마을 이 온천에 온 거예요
Flip Flop은 필수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발마사지 하듯 온천욕을 하고 다시 등산화를 신는 것은 곤욕이에요.. 이럴 때 만이라도 또는 롯지에서 쉴 때 만이라도 트레킹 부츠를 벗어던지고 발을 쉬게 하고 싶어 쪼리를 신고 다시 롯지로 올라가는 길, 쪼리를 신은 발은 다시 더러워졌고, 온천욕으로 깨끗해진 몸은 다시 땀범벅이 되었어요
브라이언의 결심
Everything happens for a reason. 이들을 만나 저는 이 온천에 왔고 브라이언은 저를 만나 맘을 고쳐먹고 ABC로 향해요.. 만약 저도 2~3일 정도의 여유가 더 있었다면 같이 ABC로 향했을 텐데... 덩달아 Safi도 브라이언을 따라 ABC로 향해요. Safi친구 에바는 시간이 없어 하산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놔두고 떠나는 그들에게 서운해하는 기색이에요.. 제가 미웠을 수도 있어요. 제가 자꾸 ABC 가라고 부추겼으니. 솔직히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시간이 촉박했을지언정 저도 ABC를 하고 싶었다면 같이 올라갔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벌써 11월 7일이고 12일 카트만두에서 나가는 비행기가 있는 저의 일정을 고려해 보면 정말 애매하기 짝이 없었어요. 저는 내일 아침 다시 온천욕이나 하고 하산을 하기로 결정하게 돼요..짧았던 만난 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쉬워요.
마을 | 하이킹 예상시간 | comments |
Gurjung | 3시간 | 마을에 롯지 하나 |
Chhomrong | 점심 먹은 롯지 생각 안나는데 높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오른쪽에 있는 롯지 | |
Jhinudanda | 아침 일찍 가면 온천에서 원숭이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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